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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경복궁에서 ‘세종대왕 뮤지컬’이라니…이건 꼭 보고 싶어

등록 2023-05-03 07:10수정 2023-05-03 08:33

경복궁·공항·고택…어디든 무대가 된다
‘세종 1446’, ‘얼라이브’, 실내악축제 등
마스크 벗고 첫 봄, 야외 공연 봇물
공연의 맛 공간의 멋 살려 인기
경복궁 근정전과 뮤지컬의 만남 ‘세종 1446’. HJ컬처 제공
경복궁 근정전과 뮤지컬의 만남 ‘세종 1446’. HJ컬처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뮤지컬 <세종 1446> 제작진은 공연을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다.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자리를 뜨는 관객은 없었다. 제작사 에이치제이(HJ)컬처 한승원 대표는 “공연 취소 여부를 고민했는데, 관객들의 성원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빗속에서 배우들은 100분 동안 열연했고 관객들은 공연을 즐겼다. 그는 “야외 그리고 경복궁에서 뮤지컬을 보는 경험이 설렜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고 맞는 첫 봄, 기다려온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쫀득하게 할 다양한 야외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경복궁, 공항, 고택 등 익숙한 그곳이 문화예술을 만나 색다른 무대가 된다. 동시에 공연의 새로운 접근법도 제시되고 있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정기공연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 1446>은 서울 5개 궁에서 열리는 궁중문화축전(4월29일~5월7일) 행사의 하나로 2일까지 나흘간 공연했다. 총 2800석은 예매 시작 20분 만에 매진됐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공연이지만, 세종대왕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복궁이 무대가 되니 반응이 남달랐던 것. 뮤지컬은 세트·음향 등의 문제로 야외 공연이 힘든 장르인데, 이번 공연은 ‘무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한승원 대표는 “장소가 곧 세트였다”며 “내용이 장소에 잘 스며들어 관객들이 더욱 집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항과 댄스필름의 만남. 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공항과 댄스필름의 만남. 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공연의 맛과 공간의 멋이 어우러져 새로운 시도를 펼친 곳은 또 있다. 공항이 춤을 만나 설렘 지수를 높인다.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은 4월28일부터 인천국제공항 미디어타워에서 댄스필름 <얼라이브>(ALIVE)를 송출하고 있다. <얼라이브>는 일월오봉도에서 착안한 산봉우리, 해, 달 등과 전통문양 이미지를 총 26명이 현대무용·한국무용·발레를 접목해 형상화했다. 댄스필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하나의 공연 전달 방식으로 자리 잡았는데, 건물 8층 높이(세로 27m, 가로 10m, 폭 3.5m)에 맞춘 것은 무척 도전적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오선명 아르코예술극장 피디는 “미디어타워에 맞춰 2분으로 제작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여주며 우리 춤을 알리고 싶었다. 댄스필름이 영화관 등 다양한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보선 고택과 실내악단의 만남.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윤보선 고택과 실내악단의 만남.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고택과 실내악도 예술과 공간의 절묘한 만남이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1897~1990) 전 대통령 고택. 최나경의 플루트 선율이 박규희의 기타 연주를 타고 흘렀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18년째 이끌어온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가 2006년부터 시작한 ‘고택음악회’였다. 처음엔 후원 회원들만 초대했는데, 2015년부터 일반 청중에도 개방했다. 지금은 가장 먼저 매진되는 이 음악제의 ‘대표상품’이 됐다. 향나무 위로 까치가 날고, 처마 밑 비둘기가 날개를 퍼드덕거리는 잔디마당에서 400여 청중은 숨죽여 연주에 몰입했다. 현대사의 중요한 공간이 시간이 흘러 실내악 무대로 변모한 것이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야외 음악회 중 하나로 올해는 1일에 이어 5일에 또 한번 열린다.

EDM과 과천 서울랜드의 만남. 누리집 갈무리
EDM과 과천 서울랜드의 만남.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페스티벌은 올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첫 봄을 축하하듯 이디엠(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몸 안에 쌓아둔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신나는 공연들이 수두룩하다. ‘놀이공원’은 이디엠으로 들썩인다다. 세계 이디엠 페스티벌 ‘돈렛대디노’는 지난 29~30일 경기 과천 서울랜에서 열리며 한국에서 첫 선을 보였 다. 아시아 이디엠 페스티벌의 자존심이라 부르는 ‘월드 디제이(DJ) 페스티벌’도 1일 부산을 찍고 오는 6월2~4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2007년 시작해 점차 규모가 커졌고 올해는 부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제드, 갈란티스, 니키 로메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제이들이 참여한다.

2018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첫선을 보인 국내 유일의 서커스 축제 ‘서울서커스페스티벌’도 오는 5~7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다시 찾아온다. 이 외에도 난지한강공원 ‘청춘페스티벌’(5~7일), 올림픽공원 ‘뷰티플 민트 라이프’(13~14일) 등 국내 다양한 축제들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남지은 임석규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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