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 (왼쪽부터) 배우 류수영, 서이숙, 감독 오진석, 배우 문소리, 김희애. 넷플릭스 제공
“전통적으로 정치나 선거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남자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장르잖아요. 남장을 하고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러웠는데 여성을 주체로 이런 서사를 만들어내서 반가웠습니다.”
넷플릭스에서 14일 공개되는 11부작 드라마 <퀸메이커>에서 주인공 황도희를 연기하는 김희애가 말했다.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명함을 내던지고 나온 황도희는 복수심으로 노동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을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키고자 한다. 김희애와 문소리가 짝을 이뤄 ‘센 언니’들이 판을 흔드는 정치 드라마 <퀸메이커> 제작보고회가 11일 서울 용산씨지브이(CGV)에서 열렸다.
<퀸메이커>의 오진석 감독이 문지영 작가와 드라마를 기획할 때 떠올린 것은 ‘델마와 루이스’였다고 한다. 그는 “대척점에 있는 두 여자가 끝까지 가보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다. 강한 대상을 상대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하려니 정치와 권력의 이야기로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눈에 띄는 임원 옷차림으로 여론을 바꾸거나 ‘물타기’ 보도자료를 퍼뜨리는 등 총수 관리에 커리어 전부를 바친 황도희의 대척점에는 오경숙이 있다. 황도희가 일하던 은성그룹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해 함께 싸우고 고공농성까지 서슴지 않는 오경숙은 문소리의 이미지와 겹친다. 문소리는 “여성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흔치 않은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오경숙은 이런 캐릭터가 있었을까 싶은 느낌이 드는 독특한 지점이 있어 꼭 내가 해야겠다는 책임감마저 드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황도희는 총수 일가가 직원을 머슴이나 개로 표현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정한 인물인 반면, 오경숙은 열정이 넘치지만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는 뜨거운 인물이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서로를 혐오하던 인물이 같은 목표를 향해 연대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이 <퀸메이커>의 뼈대다. 오 감독은 “두 사람은 물과 기름을 넘어 불과 얼음처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굽 높은 힐을 벗지 않는 황도희가 얼음이라면 부스스한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는 오경숙은 주변 사람들을 데우는 불의 이미지다. 여성 연대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는 많지만 능력있는 여성들간의 정면 충돌이 <퀸메이커>의 주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퀸메이커>에서는 두 주인공뿐 아니라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서이숙)과 두 후계자(윤지혜, 김새벽), 서울시장 레이스에서 오경숙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3선 의원(진경)까지 여성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서이숙은 “재벌 회장이나 잘 나가는 정치인을 여성들이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데 여자 배우들이 이런 걸 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져 좋았다”며 “주연뿐 아니라 조연까지 치열하게 연기하는 여성배우들과 호흡을 나누는 게 설레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퀸메이커>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쟁을 하며 문소리뿐 아니라 김희애와도 대결구도를 만드는 유일한 남성이자 악역인 백재민을 연기하는 류수영은 “여성이라는 성별을 지우고 봐도 인간의 욕망이 어떤 바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드라마”라고 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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