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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장항준 감독 “제가 복 많은 놈이라고요? 사실은…”

등록 2023-04-03 13:55수정 2023-04-04 02:48

부산 중앙고 실화 소재 ‘리바운드’ 연출
스포츠영화 편견 탓에 중간에 엎어지기도
“25살 청년과 소년들의 성장담으로 봐주길”
영화 <리바운드>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 미디어랩 시소 제공
영화 <리바운드>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 미디어랩 시소 제공
“이야기가 너무 작위적인데?”

2018년 영화 <리바운드>의 시나리오 초고를 읽다가 장항준 감독(53)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달랑 선수 여섯명이 고교농구 전국대회 결승까지 간 이야기라니 극적이어도 너무 극적이었다. 끝까지 읽고 실화라는 걸 알게 된 장 감독은 당시 기사를 찾아보며 “이게 진짜라니” 감탄하며 연출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옆에서 시나리오를 읽은 아내 김은희 작가와 딸 윤서양까지 꼭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장 감독을 만났다.

5일 개봉하는 <리바운드>는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농구대회에서 결승 신화를 이룬 부산 중앙고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극영화다. 한국에서 스포츠영화는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이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이유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여서” 였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 더 끌렸다”고 했다.

<리바운드>는 게임회사 넥슨이 전액투자를 한 첫 영화 투자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경음악이 중요했던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감정을 ‘저세상’까지 고양시키는 펀의 ‘위 아 영’의 삽입 역시 넥슨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조감독과 이런저런 음악을 깔아보다가 넥슨 관계자가 함께 본 가편집본 시사에서 이곡을 넣어봤어요. 사실 곡이 너무 비싸서 쓰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넥슨 쪽에서 연락이 왔죠. 얼마나 비싸든 우리가 지불하겠다고.”

영화 <리바운드>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 미디어랩 시소 제공
영화 <리바운드>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 미디어랩 시소 제공
이렇게 투자사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면서는 그는 그를 향해 영원히 반복되는 레퍼토리 “역시 복 많은 놈”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다. 그는 전부터 잘 나가는 스타작가 아내를 둔 덕에 “신이 내린 꿀 팔자”라는 농담 섞인 부러움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건 <리바운드> 제작과정 속사정을 모르고 한 이야기다. 투자에 난항을 겪고 중간에 제작이 엎어지며 500명이나 오디션을 하면서 뽑은 배우들을 집에 돌려보내고 어렵게 꾸린 스태프를 해산하기도 했다. “이쪽 일을 오래 하면서 춤을 추더라도 남의 장단에 춤추지 말자는 철학 비슷한 게 생겼어요. 영화는 기획에서 개봉까지 몇년 걸리니까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내가 설레느냐가 저에게는 가장 중요해요. 투자받기 어렵지만 신인배우들을 고집한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그는 <리바운드>가 국외 스포츠 영화와 다른 점으로 “선수 뿐 아니라 코치도 함께 성장하는 드라마”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외국 영화에서는 완성형 코치가 아이들을 교화시키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이십대 코치도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처지예요.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뒤 이제 난 뭐하고 살지 고민하는 공익근무요원이죠. 그래서 어떨 때는 아이들보다 더 철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죠. 꿈을 포기한 스물다섯살 청년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섯 소년의 여행기로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해요.” 강 코치가 아이들보다 더 욱하고 아이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기도 하는 장면을 찍으며 스태프들과 강 코치를 연기한 배우 안재홍은 그에게 다가와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강 코치 꼭 감독님 같지 않아요?”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장항준 감독의 이력은 다채롭다.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 이력을 시작했고 연출한 작품들은 <라이터를 켜라>(2002)같은 코미디에서 스릴러 <기억의 밤>(2017)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또 방송 드라마 각본과 연출, 예능인으로 직접 출연하는 등 경계 없는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오픈 더 도어>는 미스터리 스릴러. 차기작은 “엑소시즘을 소재로하는, <리바운드>와 결이 많이 다른 블랙코미디”란다. 그는 자신의 폭넓은 활동영역에 대해 “나는 순두부와 라면, 된장찌개와 김밥을 같이 파는 ‘김밥천국’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끈기가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한 장르에 푹 빠져 지내고 나오면 다른 일을 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어요.”

<리바운드>는 세월호 엄마들의 극단 ‘노란 리본’을 담은 다큐멘터리 <장기자랑>과 같은 날, 5일 개봉한다. 세월호 유족 모임에도 여러번 찾아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장 감독인지라 <장기자랑> 팀의 <리바운드> 응원이 크다고 했더니 “독립영화가 너무 힘들다. 독립영화가 활성화되고 중급, 대작영화들이 고루 있어야 하는데 자본 편중이 너무 심해졌다. <장기자랑>도 잘돼서 독립영화판이 살아나고 한국 영화계가 균형있게 발전해야지, 그게 없으면 한국영화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리바운드>의 한 장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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