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7관왕에 오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배우와 제작진. 윗줄 왼쪽부터 제이미 리 커티스, 키 호이 콴, 제임스 홍, 제작자 조너선 왕, 미셸 여, 스테파니 수. 아랫줄 왼쪽부터 대니얼 콴 감독, 대니얼 샤이너트 감독.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3년 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상을 안기며 다양성의 진보를 보여줬던 아카데미는 올해도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뤘다.
모든 부문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던 여우주연상에서 마침내 아시아계 배우 미셸 여(양자경)가 그 단단한 문을 힘껏 밀어제쳤다. 그에게 수상을 안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남녀조연상 등 7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잔칫상을 펼쳤다. 미셸 여를 비롯해 주요 출연진과 감독, 제작자도 아시아계라는 점뿐 아니라 그동안 진지한 예술영화에 집중하던 아카데미가 싸구려로 치부되던 B급 감성 상상력을 예술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아카데미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12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초반부터 <에브리씽…>의 선전을 예감하게 했다. 23개 부문 가운데 가장 먼저 수상자 봉투를 연 남녀조연상에서 이 작품의 키 호이 콴과 제이미 리 커티스가 나란히 수상했기 때문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스티븐 스필버그(<파벨만스>)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꺾고 감독상을 수상한 공동 연출자 ‘대니얼스’ 듀오 중 대니얼 샤이너트는 먼저 마이크를 잡고 여우주연상의 미셸 여처럼 “전세계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내가 이상한 영화를 만들 때 막지 않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아시아계 대니얼 콴은 “이민자로 미국에 온 아버지는 영화광이었고 어머니는 댄서나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그 재능을 나에게 물려주고 본인의 꿈을 포기했다”며 감사의 말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파격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 처음엔 작게 개봉했다가 입소문이 퍼지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자신들의 작품이 오스카 수상까지 이루리라고는 예상 못 한 듯 “우리가 이런 상을 받는 것도 정상은 아니지 않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지 말기 바란다. 모든 사람에게는 위대함이 있다. 여러분이 누구든 간에 각자의 보석,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와 같은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35살 동갑내기 두 감독은 영화학교 동창생으로 만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독한 B급 기질과 마이너한 감수성으로 마니아들을 위한 감독으로 알려져왔다. 영화로는 <에브리씽…>이 세번째 연출작이다.
<에브리씽…>으로 편집상을 수상한 폴 로저스는 이번이 두번째 편집 작품이라고 밝혀 놀라움을 더했다. 다차원 공간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한 <에브리씽…>은 단선적인 이야기 구조가 아닌데다 여느 영화보다 훨씬 더 많은 컷으로 이뤄져 편집 난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