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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샘 스미스, ‘불경스러운’(언홀리) 노래에 자유를 담다

등록 2023-02-11 09:00수정 2023-02-11 09:12

[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샘 스미스 ‘언홀리’
유니버설뮤직 제공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 가수가 ‘언홀리’(Unholy, 불경스러운)로 생애 최초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두가지 이유에서 놀랐다. 메가히트곡이 여럿 있었는데 지금까지 1위를 한 적이 없었나? 잠깐, 이 친구 왜 이렇게 귀여워졌어? 오늘 칼럼의 주인공은 영국 출신의 팝가수 샘 스미스다.(이 글에서 샘 스미스의 외모 변화를 언급한 것은, 그가 음악에서도 삶에서도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니, 오해는 말아달라.)

그의 데뷔 앨범에서 싱글로 나온 곡의 제목을 주목해본다. 첫번째 타이틀곡 ‘레이 미 다운’(Lay Me Down), 두번째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 이어서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 ‘라이크 아이 캔’(Like I can),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곡 ‘아임 낫 디 온리 원’(I’m Not The Only One)까지. 다섯개의 제목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는지? 한곡도 빠짐없이 노래 제목에 ‘내’(I)가 들어가 있다! 언어가 무의식을 반영한다는 이론에 따르자면 샘 스미스의 데뷔 앨범은 자의식의 결정체인 셈이다.

샘 스미스는 첫 앨범이 나오기 전에 게이로 커밍아웃을 했고 나중에는 성별과 취향 구분이 모호하다며 자신의 성정체성을 다시 정의했다. 정확한 용어로는 ‘젠더퀴어’ 혹은 ‘논바이너리’. 부연 설명을 하자면, 성적으로는 남자에게 끌리는데 스스로를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현지 언론인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그’(He)나 ‘그녀’(She)가 아니라 성별 개념이 삭제된 ‘그들’(They)라는 호칭으로 불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수로서 그의 능력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데뷔 앨범에서는 원숙한 창법으로 세련된 솔과 발라드 장르를 담아냈다. 위에 설명한 히트곡이 이어졌고 영국에서는 앨범 차트 1위, 미국에서는 2위까지 올랐다. 현재까지 1200만장이 넘게 팔려서, 2010년 이후 발표한 앨범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장 안에 들어갈 정도니 성공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곡이 등장하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두번째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내한공연도 성사되었다. 2018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였는데 상당히 비싼 표 가격에도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되어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젊고 날씬하고 잘생기고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 전형적인 팝스타의 길을 걸을 것 같았다.

‘언홀리’ 뮤직비디오 갈무리
‘언홀리’ 뮤직비디오 갈무리

음악적으로도 외모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된 건 3집 앨범부터였다. 세련된 솔 음악에서 벗어나 디스코 장르까지 넘어가는 노래들을 선보였고, 전성기 시절 주드 로를 연상케 하는 호리호리한 외모는 눈에 띄게 살이 붙기 시작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흥행에서도 평단에서도 최악의 반응이 이어졌고 반짝 스타로 경력이 마무리될 거라는 전망도 쏟아졌다. 그 전까지 무려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던 ‘그래미 시상식’ 수상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러나 샘 스미스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과격한 변화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샘 스미스가 음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진정으로 자유로워졌다고 느낀 대목이다.

샘 스미스는 긴 침체기를 지나 지난달 새 앨범 <글로리아>를 발표했다. 앨범 재킷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귀에 걸린 큼직한 진주 귀걸이와 어깨에 새겨진 두 남자의 키스 장면도 강렬하다. 각종 행사장 사진이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진들은 더욱 과감하다. 덥수룩하게 수염이 자란 얼굴을 하고, 반짝이는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은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라진 몸을 다 드러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샘 스미스의 이런 변화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온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관종’이라고도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앞에서 언급한 ‘논바이너리’ 정체성을 우리에게 설득하고 싶은, 거창하게 말하면 성소수자 관점의 순교 행위는 아닐까? 그는 얼마 전에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놀림과 비난을 받는 일이 있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거기에 더 얹어서, 한때 지방흡입수술까지 받았던 그가 팝스타는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을 완전히 벗어던져버리고, 자신처럼 몸매 관리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위로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이토록 화제를 모았던 컴백의 결과는 어떨까? 제목부터 도전적인 노래 ‘언홀리’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고 지난 5일(현지시각) ‘그래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이 노래를 함께 부른 사람은 트랜스젠더 가수 킴 페트라스였다. 누군가는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며 ‘참으로 불경하도다!’ 개탄할 것이지만, 샘 스미스는 그런 사람들 듣고 보라고 오늘도 노래하고 내일도 ‘불경한’ 사진을 찍어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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