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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겨울에 만난 로맨스, 죽은 연애세포가 ‘심쿵’

등록 2023-02-01 06:00수정 2023-02-01 09:03

JTBC ‘사랑의 이해’ 네 사람의 연애
현실의 이해관계 속 감정변화 담아
일본 영화 ‘오늘밤…’ 입소문
21년만에 한국관객 100만 넘어
대만 영화 ‘상견니’도 열풍 예고
드라마 <사랑의 이해> 스틸컷. 에스엘엘(SLL) 제공
드라마 <사랑의 이해> 스틸컷. 에스엘엘(SLL) 제공

“죽은 연애세포까지 살려내는 과몰입 드라마.”

장르물이 번성하면서 씨가 마르다시피 했던 멜로물들이 최근 되살아나 보는 이들의 마음에 때 이른 봄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은행 지점을 배경으로 고졸 행원 안수영 주임(문가영)과 수영을 좋아하는 하상수 계장(유연석), 하 계장을 좋아하는 부잣집 딸 박미경 대리(금새록), 하 계장과 연적인 청원경찰 정종현(정가람)이 펼치는 사각관계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이해>(JTBC)가 대표적이다. 전체 16부작으로 지난주 12부까지 공개된 작품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표정이랑 대사 미쳤다” “고구마인데도 사람 미치게 하네” “내가 유연석과 연애하는 거 같다” “나도 설레서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등 ‘과몰입’ 댓글들이 커뮤니티마다 수북이 쌓이고 있다.

<사랑의 이해>가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건 아니다. 초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은 1회 3%대에서 2회 1%대로 급락했다. 첫 회에서 대졸과 고졸, 성장 환경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 선택 등 일상생활의 차이를 보여주며 연애에 필터처럼 끼어드는 현대사회의 계급성을 날카롭게 포착한 점이 호평을 받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탓이다. 오랫동안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권세 있는 집 딸과 결혼하는 직장 동료, 전도유망한 상수에 대한 호감을 접고 종현에게 가는 수영, 회사에서 선망받는 커플이 되는 미경과 상수 등 차가운 현실을 따라가던 드라마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건 중반 이후다. 수영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던 상수와, 종현과의 관계가 계속 겉돌던 수영은 삐걱거리면서도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다 10회에서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함께 간다. 그곳에서 상수가 “더 이상 안 되겠어요”라며 키스하는 장면은 최고의 ‘심쿵’ 포인트가 됐다. 수영이 상수와 ‘거짓말 게임’을 하며 진짜 속내를 드러내고, 상수가 “생각 잘하고 결정한 거냐”는 친구의 질문에 “안 해, 생각. 그런 지 오래됐어”라고 답하고는 수영에게 달려가는 장면이 등장하는 12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3.3%)을 기록했다.

드라마 &lt;사랑의 이해&gt; 스틸컷. 에스엘엘(SLL) 제공
드라마 <사랑의 이해> 스틸컷. 에스엘엘(SLL) 제공

<사랑의 이해>는 감정의 온도마저 낮추는 냉정한 현실의 계급 차이, 즉 ‘이해(利害)관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사랑이란 감정 아래 놓여 있는 이해(理解)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현실적이면서도 현실에 대한 순응을 넘어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역동성을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박현주 드라마 평론가는 “<사랑의 이해>는 흠결 없는 주인공을 보며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판타지적인 로맨스와 달리 각자 심리적·행동적 과오가 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현실적으로 파고들어간다”며 “현실 연애에 존재하는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 그 전제하에서 상대방의 결핍과 욕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성립할 수 있다는 중의적 의미의 ‘이해’에 관한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영화 &lt;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gt;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로맨스 훈풍은 극장가에도 불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개봉한 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소리 없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29일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넘긴 것이다. 일본 실사 영화의 100만 돌파는 <주온>(2002) 이후 21년 만이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7)의 미키 다카히로 감독이 연출하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의 쓰키카와 쇼 감독이 각본을 쓴 이 영화는 사고로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이 사라지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 마오리(후쿠모토 리코)와 속 깊은 소년 토루(미치에다 슌스케)의 풋풋하고 애절한 사랑을 그렸다. 일본 영화 특유의 서정적 화면과 이뤄질 수 없는 가슴 아픈 사랑이라는 주제로 엠제트(MZ)세대 사이에서 ‘마스크 흠뻑 적시는’ 영화로 입소문이 나며 흥행몰이를 했다.

영화 &lt;상견니&gt; 스틸컷. 오드 제공
영화 <상견니> 스틸컷. 오드 제공

이 밖에도 심쿵 저격하는 로맨스 영화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5일 개봉한 대만 영화 <상견니>는 2019~20년 대만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한국, 홍콩, 일본 등에서도 사랑받은 타임슬립 로맨스 드라마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드라마 주연배우들이 영화에도 그대로 등장해 기존 팬들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커자옌(가가연), 쉬광한(허광한), 스보위(시백우) 등 세 주연배우가 내한해 무대인사를 한 5회 상영이 모두 예매 오픈 1분 만에 전석 매진돼 앙코르 무대인사까지 추가 편성됐다. <팬텀 스레드> <코르사주> 등으로 지금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인 비키 크리프스가 시한부 환자로 등장해 연인과의 절절한 마지막 사랑을 그린 <안녕, 소중한 사람>도 오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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