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어깨에 걸친 사자…동물 머리 드레스 “트로피 사냥” 논란

등록 2023-01-26 15:59수정 2023-01-26 18:02

파리 ‘2023 봄-여름 쿠튀르 패션쇼’
사자 등 가짜 동물 머리로 디자인한
스키아파렐리의 파격 의상 입길 올라
“자연의 영광 강조” 해명에도 비판 나와
지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키아파렐리 2023년 봄-여름 쿠튀르 패션쇼’에서 모델 이리나 샤크(왼쪽)와 카일리 제너가 사자 머리가 장식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키아파렐리 2023년 봄-여름 쿠튀르 패션쇼’에서 모델 이리나 샤크(왼쪽)와 카일리 제너가 사자 머리가 장식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봄-여름 쿠튀르 패션쇼’에 모델 카일리 제너가 나타나자 카메라가 일제히 그를 향했다. 제너가 실제 크기의 사자 머리가 달린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너가 이날 입은 드레스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스키아파렐리’의 의상이다. 파격적인 색감과 디자인으로 유명한 스키아파렐리는 올해 쇼에서 동물 머리와 3차원(3D) 기술을 사용한 의상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키아파렐리 2023년 봄-여름 쿠튀르 패션쇼’에서 늑대 머리를 단 의상을 입은 모델 나오미 캠벨(왼쪽)과 눈표범 머리를 단 의상을 입은 모델 샬롬 하로우가 런웨이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키아파렐리 2023년 봄-여름 쿠튀르 패션쇼’에서 늑대 머리를 단 의상을 입은 모델 나오미 캠벨(왼쪽)과 눈표범 머리를 단 의상을 입은 모델 샬롬 하로우가 런웨이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인 다니엘 로즈베리가 이끈 이번 쇼의 주제는 단테의 <신곡-지옥>이다. 정욕·자부심·탐욕을 나타내는 표범·사자·암늑대의 머리를 드레스에 사용했다. 스키아파렐리 홈페이지에서 “이번 컬렉션은 의심에 대한 나의 오마주”라고 밝힌 로즈베리는 다시 만난 <신곡>에서 모든 예술가가 필연적으로 겪는 지옥에 가까운 창작의 고통과 자기 의심에 대한 은유를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의 영광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스키아파렐리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인 다니엘 로즈베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작 중인 사자 머리. 의상을 입은 모델 사진까지 함께 올린 이 게시물에는 26일 현재 6천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스키아파렐리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인 다니엘 로즈베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작 중인 사자 머리. 의상을 입은 모델 사진까지 함께 올린 이 게시물에는 26일 현재 6천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실사처럼 보이지만 드레스에 사용된 동물 머리는 모두 인조 털, 발포수지 등으로 만든 가짜다. 그런데도 동물 머리를 사용한 드레스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페타는 인스타그램에 패션쇼 영상을 공유하며 “스키아파렐리가 트로피 사냥(사냥 뒤 잡은 동물을 트로피처럼 전시하는 것)의 끔찍함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그들의 '창의성'을 더욱 발전시켜 ‘진정한 비건’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쇼에서 직접 사자 머리 드레스를 입었던 모델 이리나 샤크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자 머리를 만들려고 울, 실크 등을 사용해 손으로 쉼 없이 작업한 놀라운 예술가들을 지지한다”면서 “여성으로서 내 예술성을 빌려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 쇼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트로피 사냥을 격려하는 것이다” “자연계에 대한 인간 우월주의 메시지를 조장하고 있다” “자연의 영광이라고? 이건 실패야”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 패션잡지 <더 컷>은 “아마도 누군가에게는 초현실주의가 너무 현실적일 수 있다”며 이번 논란을 짚었고, 패션잡지 <글래머> 영국판은 “‘예술’의 부산물이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잔인하고 피에 굶주린 성향을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때,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창의적인 표현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비평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1.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3.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폐기 선고’ 책 45만권 ‘구출 작전’…결국 27만권은 과자상자가 됐다 4.

‘폐기 선고’ 책 45만권 ‘구출 작전’…결국 27만권은 과자상자가 됐다

‘일용 엄니’ 김수미…“엄마, 미안해” 통곡 속에 영면하다 5.

‘일용 엄니’ 김수미…“엄마, 미안해” 통곡 속에 영면하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