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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성추문’ 고은 시인, 해명·사과 없이 4년여 만에 복귀…불매 조짐도

등록 2023-01-10 11:34수정 2023-01-11 02:33

실천문학사 통해 <무의 노래>와 대담집 출간
일부 시, ‘2차 가해’로 읽힐 듯…여론 싸늘
고은 시인.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고은 시인.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성추행 사실이 알려진 2018년부터 출간과 대외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90) 시인이 새 시집을 내놓았다. 성추행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없는 문단 복귀로, 출판사와 지인 문인들이 길을 터준 셈이다. 실천문학사는 작가 고은이 등단한 지 65년을 맞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작가 고은이 최근 실천문학사를 통해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펴냈다. 시집 <어느 날>(2017년 12월)이 나온 지 5년 만이다. 그는 “다섯 번의 가을을 애지중지로 지내는 동안 둘은 하나와 하나로 돌아간 적 없다. 늘 둘로 무애(無涯)의 율(律)을 자아냈다”며 “아내의 탁마가 있었고 딸도 돌아와 있는 동안 초고들을 입력해 주었다. 이런 가족의 은덕이 세상의 은덕과 함께 나의 정신의 모항(母港)을 열어주었다. 저 1970년대 말 어렵사리 태어난 실천문학사가 작가 윤한룡의 정성으로 튼실해지면서 이번 시집이 거기서 나오게 되었다. 감은이 깊다”고 소회(‘시인의 말’)를 밝혔다.

129편의 시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 실천문학사는 “등단 65주년을 맞아 시의 깊이는 더해지고 시의 감수성은 처음 그대로인 목소리로 강렬하고도 은근하게 속삭인다”고 소개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2018년 8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고은 시인은 이후 소송에서 패소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2018년 8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고은 시인은 이후 소송에서 패소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하지만 일부 시들은 ‘무의 철학’을 반영했다며 어렵게 빚어진 ‘고발의 언어’조차 허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 밖의 언어로 말하자면 ‘2차 가해’다. “속은 겉이 아니란다// 다 겉이면/ 속 없는 겉뿐이란다// 껍데기여 오라/ 껍데기여 오라// 나 보수반동으로 사뢴다/ 돌이켜보건대// 이 세상은 드러내기보다/ 덮어두기/ 꼭꼭 숨기가 더 많다//…”(‘숨은 꽃’ 부분), “무가 있어야 한다/ 무 없으면/ 다 없다/…/ 미친 유有 한복판/ 무 있어야 한다.”(‘무無의 노래’ 부분) 등이 그러하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는 “이번의 시들을 자세히 보는 것은 고은 시인의 시와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20세기와 21세기를 거쳐 살아온 한국인의 어려웠던 상황을 알아보는 일이 된다”고 추천의 글을 썼다.

캐나다 시인 라민 자한베글루와 대담한 <고은과의 대화>에 대해 실천문학사는 “등단 65년 대시인의 삶과 철학과 시(대표작 118편 수록)의 정수가 하나로 용해돼 있다”며 “경전을 읽듯 머리맡에 두고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일반 독자에게도 양서가 되겠지만 문인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2020년 인도에서 출간한 원본을 번역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고은 작가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은 여러 매체에 “곧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은 어린이청소년 작가는 페이스북에 “성추행을 저지른 가해자와 가해자를 두둔하는 사람들에게 문단은 냉혹해야 한다. 그래야 글을 쓰는 사람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쓰며 고은 시인의 책 출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터넷서점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선 책에 대한 리뷰가 없고, 알라딘에는 “이런 게 바로 추한 출판이다. 기억한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한 시민은 트위터를 통해 “고은은 고작 몇 년의 휴식기를 ‘자숙’이라 칭하며 뻔뻔하게 고개를 들었다”며 실천문학사의 출판 도서 불매 운동을 제안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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