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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플만큼은 아니어도 ‘탄소중립’ 뮤지컬, 시작이 중요”

등록 2022-12-22 09:00수정 2022-12-22 09:25

[인터뷰] 지구를 살리는 K-엔터
국내 ‘탄소중립 뮤지컬 콘서트’ 시도
나폴레옹 사후 200주년 기념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의 한 장면. 하이앤코 제공
나폴레옹 사후 200주년 기념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의 한 장면. 하이앤코 제공

지난 8월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가 열렸다. 나폴레옹 사후 20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나폴레옹>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만든 콘서트 버전의 공연이었다. 프랑스 오리지널팀의 내한도 화제였지만, 또 다른 시도도 주목받았다. ‘최초의 탄소중립 뮤지컬 콘서트’를 내세운 것이다.

공연과 관련해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를 뜻하는 ‘탄소중립 공연’은 아직 많은 사람에게 낯설다. 해외에서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탄소중립 공연 방안을 찾을 때까지 세계 투어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하며 화제를 모았다. 콜드플레이는 선언 2년여가 지난 뒤인 2021년 비행기 이동 때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사용, 공연장 바닥에 관객의 운동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장비 설치 등등 최대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방안을 접목해 투어를 재개했다.

콜드플레이만큼 적극적인 방법을 채택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도 ‘탄소중립 공연’을 실천했다. 공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상쇄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뮤지컬 기획사 하이앤코와 탄소 저감 관련 민간기업인 한국탄소거래표준원(KCCTS)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업했다. <한겨레>는 박영석 하이앤코 대표 프로듀서와 김항석 한국탄소거래표준원 대표를 각각 만나 탄소중립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영석 하이앤코 대표 프로듀서(왼쪽)와 김항석 한국탄소거래표준원(KCCTS) 대표(오른쪽)이 각각 &lt;한겨레&gt;를 만나 탄소중립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효실 기자
박영석 하이앤코 대표 프로듀서(왼쪽)와 김항석 한국탄소거래표준원(KCCTS) 대표(오른쪽)이 각각 <한겨레>를 만나 탄소중립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효실 기자

두 주체의 협업은 김항석 한국탄소거래표준원 대표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탄소 감축이라는 주제를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릴 방안을 고민하며 주변에도 이런 고민을 공유해 왔다. 지인 가운데 한 분이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 소식을 알려줬는데, 공연 장소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블루스퀘어여서 시민들에게 (탄소중립 이야기를) 노출하기 여러 모로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이앤코 쪽은 김 대표의 제안을 기쁘게 맞았다. 박영석 대표 프로듀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계가 움츠러들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시점이었다. 공연 영상을 생중계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를 접목하는 등 공연 형식과 관련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탄소중립 공연 제안이 들어와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 동참을 부탁하기도 편했다. 박 대표 프로듀서는 “프랑스에서 코로나로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져서 배우들이 한국에 8개월 정도 머물렀다. 배우 로랑 방과 대화할 기회도 많았는데, 코로나 팬데믹과 환경 문제 얘기도 나눴었다”고 말했다. 로랑 방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오페라의 유령> 등의 주인공 역할로 유명한 프랑스 배우다.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에서도 주연인 나폴레옹 역할을 맡았다.

박 대표 프로듀서는 “로랑 방 배우가 탄소중립 공연 아이디어를 반겼다. ‘내가 (탄소중립 공연을 위해) 무엇을 더 하면 되겠나’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도 탄소중립 공연이라는 게 생소해서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공연 전에 회의를 하며 취지를 설명하고 내용을 공유했더니 프랑스 배우들이 ‘한국에서는 이런 것도 하는구나. 앞서 가는 나라다’라고 평가해줘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하이앤코 제공
하이앤코 제공

산불, 폭우, 가뭄 등 기후재난이 일상으로 성큼 찾아오며 ‘언제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 선언이 늘었다. 하지만 실제로 탄소중립을 ‘얼마나’ ‘어떻게’ 달성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탄소 배출량과 감축량을 측정·보고·검증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번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는 엄밀한 의미의 탄소 배출량 측정과 감축을 시도하지 못했다. 공연 준비를 대부분 마친 단계에서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한국탄소거래표준원은 기존 마이스(MICE, 국제회의, 박람회, 관광 등을 융합) 산업에서 사용하는 탄소 배출 계산식을 참조해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의 탄소 배출 추정치를 계산했다. 8월 3일부터 7일까지 총 5일 공연에 참여한 관객(6324여명) 및 스태프(150여명)의 이동거리와 수단, 공연장 규모(객석 포함)에 따른 전기 사용량, 공연 팸플릿 등 쓰레기 배출량 등을 거칠게나마 수치화한 것이다. 초벌 계산 결과는 약 159톤(이산화탄소환산톤, tCO2)으로 나왔고, 가중치를 적용해서 최종 200톤으로 상쇄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통해 200톤 분량의 상쇄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뮤지컬 &lt;나폴레옹&gt; 헌정 콘서트의 탄소 배출량을 추정한 표. 탄소거래표준원(KCCTS)이 명지대 김형진 교수(탄소중립거버넌스연구소장)와 협업했다. KCCTS 제공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의 탄소 배출량을 추정한 표. 탄소거래표준원(KCCTS)이 명지대 김형진 교수(탄소중립거버넌스연구소장)와 협업했다. KCCTS 제공

이 같은 탄소상쇄(Carbon Offset) 방식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탄소를 이미 배출한 기업이 탄소를 실제 감축하는 사업을 돈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전체 탄소배출량에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비판적 견해에 대해 김 대표는 “상쇄 단계만 딱 떼어보면 면죄부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돈으로만 때우려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이번 탄소중립 공연은 측정과 감축 과정이 특히 약했기 때문에 비판 받을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완벽한 탄소중립 공연이 아닌, 불완전한 형태더라도 첫 발을 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상쇄‘만’하려고 하면 문제지만, 앞으로는 실제 감축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이기 어려운 부분을 상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더 나은 탄소중립 공연을 만들기 위한 단계적 시도 가운데 하나로 봐 달라는 의미다. 박 대표 프로듀서도 “스텝 바이 스텝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이번에 한 번 겪어보며 (탄소중립 공연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 &lt;나폴레옹&gt; 헌정 콘서트의 탄소상쇄배출권 구매 인증서. KCCTS 제공
뮤지컬 <나폴레옹> 헌정 콘서트의 탄소상쇄배출권 구매 인증서. KCCTS 제공

‘더 나은 탄소중립 공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박 대표 프로듀서는 “(탄소 감축 관련한) 전담 직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공연 기획사들이 대부분 영세해서 대기업처럼 시스템화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른 제작사들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동참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 뮤지컬 가이드라인 같은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공연 기획단계부터 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뮤지컬 전문가 외에도 탄소 감축 관련 전문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측정, 감축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더 많은 공연 주체들의 참여도 부탁했다. “공연 기획사만 나서는 걸로는 한계가 있다. 대형 공연장들이나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협업할 방안을 고민해주셨으면 한다.”(박 대표 프로듀서) “아직 법적으로 탄소감축 의무가 부여되지 않은 공연 기획사처럼 민간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을 위해 많이 나서야 국가적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공연 관람하는 시민 분들도 ‘친환경’ 공연 여부를 중요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김 대표)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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