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2대 블랙 팬서’와 ‘2대 아이언맨’ 만났다

등록 2022-11-09 10:07수정 2022-11-09 15:44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9일 개봉
세상 떠난 채드윅 보즈먼에 깊은 애도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008년 <아이언맨> 개봉으로 시작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가 지금까지 30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시간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블랙 팬서>(2018)의 주연배우 채드윅 보즈먼의 죽음이다. 40대 초반에 이제 막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배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이었지만, 엠시유에서 <블랙 팬서>가 차지하는 위치가 워낙 각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블랙 팬서>는 흑인 히어로와 흑인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빼어난 완성도로 엠시유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한 솔로 작품 가운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흥행 기록도 가지고 있었다. <…노 웨이 홈>이 역대 스파이더맨 3명과 역대 악당들을 총동원했음을 고려하면 <블랙 팬서>는 여전히 솔로 작품 최고 흥행작이라고 할 만하다. 작품성과 흥행성, 그리고 히어로의 매력 측면에서도 엠시유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던 작품에서 히어로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가장 전도유망했던 시리즈의 미래를 안갯속으로 밀어 넣었다. 9일 개봉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제작되던 당시 유독 ‘카더라’ 소문이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팬들이 가장 궁금했던 부분, 채드윅 보즈먼이 연기했던 티찰라의 부재를 어떻게 메꿀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영화는 직접적이고 성의를 다한 답변을 내놓는다. 영화 속에서 티찰라가 병으로 죽게 되고 슬픔으로 가득한 장례식을 치르는 것으로 2시간40분(러닝타임)에 이르는 장도를 시작한다. 품위 있고 아름다운 장례식이 진행될 때 고층 건물 한벽에 가득 그려진 티찰라의 초상화는 보즈먼의 영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 밖에도 여러 장치로 보즈먼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을 담았다.

보즈먼과의 작별이 영화의 핵심 장면 중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블랙 팬서>의 미래, 나아가 엠시유의 미래를 보여주는 2대 블랙 팬서와 2대 아이언맨의 조우다. 오빠 티찰라를 잇는 슈리(러티샤 라이트)와 아이언하트 슈트를 직접 만드는 천재 소녀 리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손)가 그들이다. <…와칸다 포에버>는 아이언맨을 잇는 아이언하트(드라마 제작 중)의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티찰라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뒤, 수호자가 사라진 와칸다는 비브라늄에 눈독을 들이는 서방 국가들의 위협과 ‘집적거림’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비브라늄 감지기로 바닷속 깊은 곳에서 비브라늄의 존재를 파악하고 가져가려던 미국 요원들이 대규모 살상된다. 이로 인해 와칸다는 자신들만 보유한 줄 알았던 비브라늄을 가진 바닷속 탈로칸 왕국의 존재를 알게 된다. 와칸다는 자신들이 미국 요원들을 살상했다는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려고 하지만 탈로칸 왕국은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깊어진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속에서 와칸다를 흔드는 거대 빌런은 그들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서방 세계다. 하지만 전쟁을 벌이는 실체적인 빌런은 탈로칸의 지배자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다. 원작 코믹스에서 1939년 일찌감치 등장한 네이머는 바다의 지배자였던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 멕시코 마야 문명의 후계자로 등장한다. 돌연변이인 네이머는 바닷속에서만 자유로운 탈로칸인들과 달리 바다와 육지에서 모두 괴력을 자랑한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에 따르면 마블 히어로 가운데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토르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당연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네이머와 이제 막 블랙 팬서로 재탄생한 슈리의 치열한 싸움이다.

네이머는 악당이라기보다 안티히어로다. 그가 와칸다와 갈등을 빚고 전쟁까지 치르는 이유는 무너뜨리거나 뺏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존의 방법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 캐릭터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는 점에서 발전적인 측면이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극 중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법도 하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네이머와의 갈등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와칸다는 비브라늄 감지기 개발자를 데려오기로 하고 슈리와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장군을 미국 엠아이티(MIT) 대학으로 보낸다. 개발자는 19살 학생 리리. 전편 <블랙 팬서>에서 천재 과학자였던 슈리와 리리가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젊은’ ‘흑인’ ‘여성’. 미디어가 ‘천재 과학자’ 역할에서 가장 멀리 뒀던 세가지 요소를 다 갖춘 두 인물이 연구실에서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여성 슈퍼히어로의 격렬한 전투 장면보다도 새롭고 매력적이다. 또한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끝나는 엠시유 페이즈4 이후 내년부터 펼쳐질 페이즈5의 방향을 가늠케 한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