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혁아, 하고 싶은 거 다 하지마!”
요즘 악뮤 이찬혁 팬들이 그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팬들이 아티스트가 하고 싶어하는 걸 말리다니. 대체 무슨 일?
요즘 찬혁의 행보가 범상치 않다. 최근에 떠들썩했던 것부터 풀자면 ‘<전국노래자랑>(한국방송1 일 낮 12시10분) 불쑥 사건’이다. 지난 16일 방송한 <전국노래자랑> 경기 ‘하남’편은 코미디언 김신영의 첫 진행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지켜봤다. 이날 방송에선 김신영만큼 화제의 인물이 나왔다. 선글라스에 투명 마스크를 착용하고, 객석에서 표정 없이 관람하는 모습으로 화면을 씹어먹은 ‘신스틸러’, 바로 악뮤 찬혁이다. 찬혁은 방송 내내 불쑥불쑥 등장하며 ‘언제 또 나오나’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하는 재미를 안겼다.
그는 왜 거기서 나왔을까? 찬혁은 지난 17일 솔로 음반 <에러> 발매 쇼케이스에서 “노랫소리가 나서 지나가다가 들렸다”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 관계자는 “이날 스태프가 보도용 객석 사진을 촬영하다가 찬혁과 닮은 사람을 봤다. ‘설마 찬혁이 여기에’ 하는 마음으로 긴가민가했고, 혹시나 싶어 카메라로 얼굴을 당겨 봤더니 맞았다. 사진을 촬영해도 되느냐 허락을 구했다”고 전했다.
‘찬혁의 전국노래자랑’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유리케이스’다. 이제 포털에 찬혁을 검색하면 유리케이스가 자동완성어로 뜬다. 지난 18일 온라인에는 이찬혁 목격담이 줄줄 올라왔다. 서울 홍대입구역과 전주 한옥마을, 부산 서면 일대에서 찬혁이 노래하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가수가 전국 곳곳에 불쑥 등장해 버스킹을 한 모양인데 그게 왜?
그냥 노래만 불렀다면 이찬혁이 아니지. 그는 몸만 겨우 들어가는 유리케이스 안에서 신곡 ‘파노라마’를 열창했다. 목격담을 보면 표정도 말도 없이 가만있다가 노래를 불렀다. 부산에서는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는 등 반응이 좋았지만, 어떤 사진에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별 관심 없이 유리 상자 옆에 앉아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찬혁이 솔로 음반 <에러> 홍보이자 쇼케이스라고 한다.
찬혁이 나오는 곳은 또 있다. 지난 17일부터 한 주간은 <딩동댕 유치원>(교육방송1, 월~금 오전 8시)에 출연해 시엠(CM)송도 부르고 아이들과 춤도 추는 중이다. <딩동댕 유치원>을 보다 보면 숨은 그림처럼 그가 곳곳에 등장한다. ‘찬혁을 찾아라’는 <딩동댕 유치원>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됐다.
찬혁의 엉뚱한 퍼포먼스는 그의 개인 유튜브에서 먼저 시작됐다. 그는 유튜브에 20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꾸준히 올리고 있다. 최근 솔로 데뷔를 앞두고 유튜브를 촬영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9시 광화문 역 거리에 출몰해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셨고, 오후 1시 즈음에는 여의도 어느 횡단보도 앞에서 소파에 앉아 신문을 봤다. 이 모습은 솔로 데뷔를 앞두고 각각 <느림의 미학>과 <굿모닝, 서울>이란 제목으로 그의 유튜브에서 공개됐다.
이 모든 퍼포먼스는 그의 솔로 데뷔와 맞춰 시너지를 냈다. 이찬혁은 솔로 음반을 내면서 시작을 여는 곡 ‘목격담’에 맞춰 ‘이찬혁을 찾습니다’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포스터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면 그의 노래가 나오는 식이다. 유리케이스에서 노래한 것은 솔로 데뷔 쇼케이스다. 그런데 한 관계자는 어떤 것은 음반 프로모션이고 어떤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찬혁이 워낙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아서 <전국노래자랑>처럼 오가며 들른 것도 있을 거라는 것이다. 뭐가 됐든 악뮤 찬혁의 다른 생각은 늘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찬혁은, 다음엔 또 어디서 나올까?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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