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드라마 ‘수사반장’ 방송화면. 문화방송 제공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면 당연히 최불암 선생님께 가장 먼저 출연을 제안드리고, 선생님을 꼭 모시고 싶어요. <수사반장>은 최불암 선생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상징적이신 분이니까요. 선생님께서 나와주셔야 작품이 더 빛날 것 같습니다.”
드라마 <빈센조> <열혈사제> 등을 쓴 박재범 작가는 지난 5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수사반장>의 앞선 이야기를 담은 ‘프리퀄’ 버전 준비 사실을 전하며 이런 바람을 내비쳤다. <수사반장>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문화방송>(MBC)에서 18년 동안 방송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사드라마다. 최불암은 이 드라마에서 수사팀 박영한 반장을 연기해 인기를 얻었다 .
박 작가가 당시 밝힌 <수사반장> 프리퀄 버전은 <수사반장 1963>이란 이름(가제)으로 내년 하반기 <엠비시>에서 방영된다. 엠비시는 “<수사반장 1963> 제작을 확정지었다”고 21일 밝혔다. 이 드라마는 <수사반장>보다 10년 앞선 1960년대를 배경으로, 박영한이 반장이 되기 전 이야기를 다룬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배우들(김상순, 조경환, 남성훈)이 맡았던 동료 형사 캐릭터도 그대로 등장한다. 그들이 박 반장과 어떻게 한 팀을 이루게 됐는지도 드라마에 담긴다. 최불암과 함께 ‘수사반장 4인방’으로 불렸던 김상순, 조경환, 남성훈은 각각 2015년, 2012년, 2002년에 세상을 떠났다.
<수사반장 1963> 작업에 참여한 박재범 작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수사반장 1963>은 박재범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김영신 작가가 극본을 썼다. 영화 <공조 1>, <창궐> 등을 만든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다. 이 작품은 박재범 작가가 시도한 ‘작가 공동 창작 시스템’의 첫 결과물이라는 의미도 크다. 박 작가는 2019년 작가 사무실 ‘플롯 스토어’(Plot Store)를 차리고 장르별 작가 8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호러, 범죄 등 장르별로 작가 2~3명씩 함께 작품을 준비한다. 회의를 같이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이렇게 만든 첫 결과물이 <수사반장 1963>이다.
이런 시도는 작가들이 공동 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미국 드라마 작업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박 작가는 “<굿 닥터>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됐을 때 작업 현장을 봤더니 자폐인 작가, 카지노 딜러를 했던 작가 등 다양한 이들이 대본에 참여하고 있었다. 우리도 한 장르에 함몰되지 않으려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혼자 집필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티티(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에 대응하려면 작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양성에도 필요한 시스템이다”라고 했다.
<수사반장 1963> 제작진은 올해 캐스팅을 시작해 연말 첫 촬영에 들어간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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