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트로트 시대! 지금껏 이 말이 와닿지 않았다면, 이번 추석에 그 궁금증이 해소되겠다. 티브이가 준비한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주요 장르가 트로트다. 트로트가 시청자를 티브이 앞으로 부르는 데 요긴한 장르가 됐다는 뜻이다. 2020년 <한국방송>이 추석특집에 나훈아를 등장시켜 화제를 모은 이후 트로트는 명절 손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명절 주인공이라 불러도 될 법하다. 김호중, 정동원, 송가인 등 수많은 트로트 스타들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김호중은 <김호중의 한가위 판타지아>(에스비에스 9일 저녁 8시10분)로 첫 티브이 단독쇼를 펼친다. ‘네순 도르마’ 같은 클래식부터 ‘태클을 걸지 마’ 같은 트로트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세대통합 무대를 꾸민다. ‘빛이 나는 사람’, ‘약속’ 등 자신의 인기곡도 부른다.
단독쇼는 그가 13년 전 <스타킹>(에스비에스)에 출연했을 때 꿨던 꿈이다. 김호중은 당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카루소’를 잘 부르는 고등학생으로 화제를 모았다. 방황하던 시절 파바로티의 음악을 듣고 성악을 시작한 사연이 더해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의 서사는 영화 <파파로티>로 제작됐다. 김호중은 <에스비에스>를 통해 “(꿈이 이뤄지자) 이게 진짜인가? 생각했다”며 감격해했다. 그는 또 “이 공연에서 춤도 추려고 댄스 학원에도 갔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그림과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번 트로트 특집프로그램은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가 많다. 정동원은 <가요무대>(한국방송1 12일 밤 10시) ‘추석특집’ 편에 출연한다. 출연자도 시청층도 대부분 ‘어르신’인 <가요무대>에 올해 15살인 정동원의 출연은 깜짝 무대 같다. 정동원은 지난 4월 첫 미니음반 <손편지>를 발매하고 5~6월에 전국투어를 하는 등 바쁘게 지냈다. 예능도 하고 최근에는 정범식 감독의 영화 <뉴 노멀>에 출연해 연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이자, 만능 엔터테이너다. 정동원은 이전에도 <가요무대>에 출연했다. 이번 추석특집에서는 어떤 무대를 선보일까.
선후배가 함께하는 자리는 또 있다. 정동원은 홍자와 함께 <엠비엔>에서 14일 선보이는 <우리들의 남진>을 진행한다. 팝부터 트로트까지 시대를 풍미한 가수 남진이 후배들과 함께 노래하는 버라이어티쇼다. 정동원과 홍자는 남진의 히트곡을 자신만의 색깔과 느낌으로 재해석해 부르고, 남진과 ‘콜라보’ 무대도 꾸민다. 14일에는 선후배 트로트 가수 22명이 출연하는 <우리들의 트로트>(엠비엔)도 찾아온다. 설운도, 김수희, 김용임, 강진 등 선배 가수와 조정민, 진성, 장민호 등 후배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번 명절에는 시청자의 트로트 사랑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송가인은 <히든싱어 7>(제이티비시 9일 저녁 8시50분) 추석특집 편에 출연한다. 송가인의 노래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모창 능력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송가인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판정단이 목소리만 듣고 진짜 송가인을 가려낸다. <히든싱어> 제작진은 시즌7 확정 때부터 송가인을 출연시키려고 애썼다고 한다. 드디어 성사된 ‘송가인’ 편은 모든 시즌을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레전드 무대로 완성됐다고 한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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