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촬영 현장에서 연기 디렉션을 하고 있는 최동훈 감독(가운데). 케이퍼필름 제공
‘쌍천만’ 흥행 감독이 돌아왔다.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각각 1000만 관객 동원이라는 신화를 쓰고,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등을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텔링, 독보적인 연출력을 선보여 한국 장르 영화를 진화시켜온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에스에프(SF) 판타지 대작 <외계+인>을 들고 관객 앞에 섰다. 지난 15일 오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 감독은 연출 계기와 촬영 과정의 어려움, 흥행에 대한 부담감 등을 솔직하고 유쾌한 화법으로 펼쳐 보였다.
20일 개봉한 최 감독의 에스에프 액션영화 <외계+인> 1부는, 도사와 외계인, 과거와 현재라는 이질적 요소의 하이브리드(혼종)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고려 말 미래에서 온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렸을 때도 ‘외계인은 어쩌면 지구의 사람을 피해서 어딘가 숨어 있을 테고, 숨어 있다면 그곳은 인간의 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어쩌면 인간은 누군가의 감옥이지 않을까? 기억을 잃게 하는 게 형벌이 아닐까?’ 하는 어린 시절 상상력이 어른이 되어 영화로 확장되며 <외계+인> 속에 녹아들었죠.”
최동훈 감독의 에스에프 대작 <외계+인>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최 감독은 <암살>이 끝난 뒤 피로감과 번아웃을 느꼈다고 했다. 이때 아내이자 동료인 안수현 프로듀서가 “데뷔작을 다시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고 물었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외계인 이야기를 떠올렸다.
“지금도 영화를 많이 보지만 어렸을 때는 영화를 정말 많이 봤고, 그러한 것들이 머릿속 기억에 오래 남았죠. 어린 시절 <빽 투 더 퓨쳐>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에이리언> 등을 극장에서 봤을 때 시각적으로도 놀라웠지만 한국에서는 하지 않는 상상력 또한 놀라웠어요. ‘언젠가 한번은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고,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상상력을 구현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았다. “영화 속 우주선을 디자인하는 아티스트도 찾기 어려웠어요. 봉준호 감독에게 얘기했더니 <괴물>과 <설국열차>에서 디자인했던 분을 연결해줬어요. ‘내가 좋은 선배를 뒀구나’ 생각했죠.(웃음)”
최동훈 감독의 에스에프 대작 <외계+인>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3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라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없지 않았을 터. 최 감독은 “예산을 타내기도 어렵고 현실적인 돈이기 때문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흥행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언제나 양쪽 어깨에 있다”면서도 “그럴 때일수록 원칙에 집중했다”고 했다. “영화 찍을 때는 ‘어떻게 하면 이 영화를 잘 구현하고 더 노력해서 이 영화에 맞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캐릭터를 선보여 작품을 멋지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매일같이 했어요.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후반 작업을 할 때는 예산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뒀죠. 언론시사회를 하고 개봉하면 ‘이제 흘러가는 대로 맡겨야지’라고 생각합니다.”
7년 만에 에스에프(SF) 판타지 영화 <외계+인>으로 돌아온 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공
시공간을 넘나드는 설정으로 인해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런 구성으로 해야만 했다”며 “영화를 복잡하게 만들어도 관객은 본능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사람들이 만나고 엮어지는 것이 밑바탕에 있는 이야기”라며 “영화가 관객들에게 재미와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그의 오랜 꿈은 멜로물 연출. “최근 나름 멜로라고 구상했던 걸 주변에 이야기했다가 ‘그게 멜로야?’ 하는 반응을 들었어요.(웃음) 사랑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죠. 나만의 시각으로 멜로물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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