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2년 만의 <전국노래자랑>(한국방송1) 야외녹화가 열린 전라남도 영광군. “전국~ 노래자랑” 시그널 음악에 맞춰 이호섭 작곡가와 임수민 아나운서가 무대에 올랐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던 그 사람은 없었다. 바로 기존 진행자인 송해. <한국방송> 쪽은 6일 <한겨레>에 “4일은 송해 선생님께서 체력적 부담으로 불참하셨다. 차후 녹화는 선생님 체력 상태 보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행자를 교체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국노래자랑>은 지난달 송해가 제작진에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진행자 교체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후임 진행자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송해 쪽의 하차와 관련한 공식입장은 계속 미뤄졌고, 이내 “다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을 30년 넘게 진행했고, 죽을 때까지 이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해왔을 정도로 애정이 깊다. 그는 프로그램 녹화 전날에 촬영지에 내려갔다. 목욕탕, 식당 등에서 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친근함을 쌓는 등 프로그램에 진심으로 임했다.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제작진은 송해가 원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고민이 깊다. 코로나19에 여름철 무더위까지 1927년생 95살의 고령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지금은 건강하더라도 주변의 걱정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송해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확진됐고, 4월과 5월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송해 선생님이 사랑하는 이 프로그램을 못 떠나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건강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하도록 설득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며 “제작진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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