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구라 교수 소장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한글 필사본(c사진)이 새로 발견돼 22일 공개됐다.
권두환 서울대 교수(인문대 학장·국문학)가 이날 공개한 필사본은 <연암열하일긔>라는 제목에 254쪽 분량으로, 유일한 한글 번역본으로 알려져온 명지대 소장본보다 4배쯤 양이 많다. 정본이 없는 가운데 지금까지 최대치로 여겨지는 번역본(이가원 역)의 6분의 1 수준이다. 때문에 당대 서민들의 언어 생활을 잘 보여준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이 필사본은 경성제국대학과 도쿄제국대학에 재직했던 한국어 연구의 대가 오구라 신페이(소창진평·1882∼1944)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상권 150쪽, 하권 104쪽으로 돼 있고 각각의 표지에 ‘熱河記 乾(열하기 건)’, ‘熱河記 坤(열하기 곤)’이라고 적혀 있다.
권 교수는 “현대에 나온 이가원 선생의 <연암일기> 번역본이나 북한 번역본과 비교해도 훨씬 우리 어투에 맞다”며 “번역투를 완전히 버리고, 눈높이를 낮추면서도 이처럼 우아한 언어로 썼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