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견된 백제 왕릉급 고분의 돌방. 부여 왕릉원 동쪽 고분군에서 새로이 확인된 6호분의 것이다. 한국전통문화대 고고학연구소 제공
두 번 장례를 치른 흔적이 남은 백제 왕릉급 고분이 발견됐다. 백제가 부여에 도읍을 둔 사비시대(538∼660)의 왕릉급 무덤들이 밀집한 충남 부여 왕릉원(옛 능산리 고분군)의 동쪽에 자리한 고분군에서 새로운 왕릉급 무덤이 나왔다.
한국전통문화대 고고학연구소는 최근 왕릉원 동고분군을 발굴 조사한 결과 사비시대 왕릉급 무덤의 전형적 양식인 굴식돌방 무덤(횡혈식 석실분) 1기를 확인했다고 3일 발표했다. 왕릉원에는 일제강점기인 1915년, 1917년, 1938년 세 차례 조사를 벌여 확인한 고분 6기와 1970년대 보수 과정에서 드러난 고분 1기가 있다. 그 동쪽에 왕릉원 무덤들보다 다소 작은 5기가 확인되는데, 이번에 여섯 번째 무덤의 자취가 드러난 것이다.
부여 왕릉원 동고분군에서 새로 발견된 6호분의 봉분 경계석과 축대석이 드러난 모습이다. 한국전통문화대 고고학연구소 제공
발견된 무덤은 왕릉원 동쪽 능선 남사면에 자리한다. 봉분 지름은 약 20m로, 둘레에 쌓아 경계를 표시하는 돌인 호석(護石)이 있고, 사면부 아래에 2단 축대를 놓아 묘역을 만들었다. 입구에서 주검이 있는 돌방으로 가는 무덤길은 두 차례 만들어진 흔적이 남아있어 눈길을 끈다. 원래 무덤 주인의 장례를 치른 이후 시점에 다른 이의 주검을 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여 왕릉원 유적에서 추가 매장 흔적은 처음 나온 사례다. 축조 당시의 모습이 잘 남아 사비시대 왕릉급 고분의 조성 과정과 규모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여 왕릉원 동고분군에서 확인된 백제 왕릉급 고분 1호분의 발굴조사 현장 모습. 한가운데 발굴갱 아래 돌방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전통문화대 고고학연구소 제공
이번 조사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발굴했으나 구체적인 위치가 전해지지 않은 채 다시 묻혔던 동고분군 1호 무덤의 봉분(지름 약 20m)과 매장을 위해 조성된 내부 무덤길도 80여년 만에 확인됐다. 두 고분에서 관 부재 외에 특기할 만한 출토품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연구소 쪽은 밝혔다.
문화재청은 4일 일반인에게 발굴현장을 공개하고 이후에도 상시로 현장을 내보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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