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일 열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후보자의 과거 칼럼 내용,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딸의 삼성 입사 및 출입국 관련 자료와 결혼식장 비용 정산 내역, 배우자의 피트니스 회원권 거래 증빙 등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청문회 중단과 후보자 퇴장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위원장이 자료 제출을 촉구해 박 후보자가 “최대한 신속하게 제출하겠다”고 답변하면서 겨우 질의 응답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의 <중앙일보> 재직 시절 칼럼과 취재를 놓고 친일사관과 이념 편향의 소지가 있다며 날을 세웠다. 전용기 의원은 2013년 그가 일왕 생일 축하연에 간 것을 문제 삼아 “다른 기자들은 못 갔다고 알고 있는데 초대장을 받은 것인가”라고 물었고, 박 후보자는 “초대받지 않았고, 현장에 가야 하는 기자정신에 충실하게 취재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용기 의원과 정청래 의원은 초대장 없이 입장할 수 없었다는 일 대사관 쪽의 전언을 내세워 그가 거짓증언을 한 것 아니냐고 공박했다. 임오경 의원은 박 후보자가 ‘전두환식 리더십 바탕은 의리’라고 쓴 칼럼 내용이 “학살의 의리고 리더십이냐”고 꼬집었다.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합정치에 대해 쓴 것으로 전두환을 <수호지>의 양산박에 비유해 조롱조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 의원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족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그는 “칼럼을 잘못 해석한 것이므로 사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은 “후보자 딸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치른 거액의 결혼식 비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비용을 신세계에서 댔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의원이 과거 블랙리스트 관련 중징계 절차를 앞둔 문체부 고위 관료 2명에 대한 처리 방침을 묻자 박 후보자는 “블랙리스트는 악몽 같은 기억이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한 뒤 “장관이 되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재발방지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대책을 좀 더 짜임새 있게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2014년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로 승진할 당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와인을 받은 뒤 보낸 감사 문자에 대해 “상투적인 감사 표시였고 그분과는 일대일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장충기 전 차장에게 “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와인의 향기 자축 분위기 띄워주고, 박보균 올림”이란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언론에 보도된 박 후보자의 문자 내용을 지적하자 “상투적인 감사 표시 문구로 제 방식의 언어”라고 했고, 김의겸 의원이 50만원 짜리 와인을 받은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중앙일보와 삼성이 계열 분리된 게 1994년이다. 부사장이 됐을 때 어느 날 불쑥 하는 기분으로 받았고, 대중적인 와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됐던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은 건강과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이날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1999년 삼성언론재단에서 저술지원을 받은 사실을 청문회 제출 자료에서 누락시킨 것과 관련해 재단이 이미 해체된 상황이어서 관련 자료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가 정청래 의원 등으로부터 재단이 지금도 존속 중인데 허위 해명으로 위증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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