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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체부 전 장차관, ‘블랙리스트’ 실무자 구명운동 논란

등록 2022-04-11 13:19수정 2022-04-11 17:53

문체부, 지난 7일 용호성·김낙중 징계 요청하자
유진룡 등 전직 간부 12명 “재고해달라” 청원
“이런 사실 알려지면 문화예술인 반발 확산될 것”
박보균 장관 지명자 국회 인준서 쟁점 될 가능성도
2017년 1월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한대행인 송수근 1차관과 간부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앞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17년 1월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한대행인 송수근 1차관과 간부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앞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핵심 연루자로 지목된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료 2명에 대해 문체부가 뒤늦게 징계를 추진하자 문체부 전직 장·차관 등이 ‘집단 구명운동’에 나선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날 <한겨레>가 입수한 ‘문체부 간부 공무원 징계 관련 청원’ 문건을 보면, 유진룡·박양우 전 장관과 오지철·나종민·송수근·김정배 전 차관, 최규학 전 기획홍보관리실장, 심장섭 전 종무실장 등 12명은 지난 5일 황희 문체부 장관을 비롯한 문체부 현직 관계자들에게 ‘문체부 김낙중 국장과 용호성 국장에 대한 중징계 추진을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부제가 달린 청원서를 보냈다. 두 사람이 지난 4년여 동안 충분한 불이익을 받았고, 검찰 조사 결과 징계할 만한 근거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징계 절차를 멈출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해당 관료는 용호성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과 김낙중 국립중앙박물관 행정운영단장으로, 이들은 지난 2017~2018년 활동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조사백서에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용 처장은 2014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계 배제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했다. 또한 그해 영화 <변호인>의 파리 한국영화제 출품을 배제하라고 지시했고, 이듬해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 재직 당시엔 국악원 공연에 박정희 풍자극 <개구리> 등을 만들었던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을 포함시키지 않도록 지시해 이를 관철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단장 역시 2014년 10월부터 1년여 동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한 이력이 드러났다.

이에 문체부는 2018년 이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4년간의 수사 끝에 대선 이튿날인 지난달 10일 문체부에 ‘불기소 처분’을 통보했다. 그러나 2018년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던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용 처장과 김 단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핵심 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라 검찰의 결론과는 별도로 수사가 종료되면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황희 장관이 중징계 절차에 들어가자, 전직 장·차관들이 연명해 징계를 멈춰달라는 요구를 전해온 것이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이들이)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하게 된 것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 당시 보직이 부당한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통로에 해당되었기 때문이며 그 위치에 있었으면 누구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은 지금까지 5년이 넘는 오랜 기간 겪은 치명적 인사 불이익과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하였을 뿐 아니라 ‘사실 여부에 대한 의견 상충으로 이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검찰에서 최종 결론 내렸음에도 중징계 요청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며 타당한 처벌 근거조차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혐의가 없거나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과거 사건에 매달려 징계하고 갈등을 더욱 키우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선배 공무원들로서 현재 진행 중인 두 국장에 대한 더 이상의 징계 조치를 멈춰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한다”고 글을 맺었다.

황희 장관은 이에 대해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원서가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고 내용을 검토했으나 도종환 전 장관 때부터 검찰이 불기소하더라도 문제가 된 관료들은 중징계 요청을 한다고 문화예술계에 약속했기 때문에 지난 7일 인사혁신처에 두 문체부 관료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종환 전 장관이 당시 두 관료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면서 징계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 뒤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므로 이에 따라 중징계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인들은 비판적인 분위기다. 두 사람의 블랙리스트 연루 행위가 문체부와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진상조사위 조사백서에 명기되고, 김기춘 전 청와대실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순차적 공모자’로 기재됐는데도, 이들을 두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식구 감싸안기’식 조직 논리에 밀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징계의 정당성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진상조사위원을 맡았던 이양구 작가는 “두 관료가 한 번도 문화예술인들 앞에서 블랙리스트 부역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며 “이들을 구명하는 청원 사실이 공개되면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용 처장과 김 단장에 대한 중징계 문제를 고리로 블랙리스트 관련 쟁점이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박보균 새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해 “과거의 어떤 악몽 같은 기억이니까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가 공론화될 수 있다.

박 후보자는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있는 임시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이들의 징계 추진과 관련한 언론의 질문에 “어제 (장관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블랙리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악몽처럼 과거에 존재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란 단어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징계 관련은) 현재 황희 장관 체제에서 다루고 있으니 지켜본 뒤 제 의견은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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