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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l 진선북스 l 1만4000원 일본 홋카이도의 8월은 특별하다. 계절을 지배했던 뜨거운 햇살이 쫓기듯 퇴장을 서두르고, 들과 하늘엔 서늘한 가을 기운이 벌써 도착해 염치없이 주인 행사를 한다. 그때가 되면 홋카이도 야생 여우는 거칠게 돌변해 새끼를 물어뜯고 내동댕이치며 공격한다. 새끼가 비명을 지르고 때굴때굴 굴러도 멈추지 않는다. 청천벽력 같은 어미의 공격에 새끼는 기겁하지만, 피할 방법은 없다. 그저 도망치듯 어미의 곁을 떠날 수밖에.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의 저자 다케타즈 미노루가 관찰한 야생 여우의 세계는 홋카이도 유빙만큼 차갑고 야박하지만, 이 또한 자연의 순리이니 우리는 그저 기록밖에 할 게 없다. 하지만 다케타즈는 거기에만 머물지 말고 야생 동물을 “보는 놀이”에 빠져보라고 권한다. 책은 홋카이도 동부 고시미즈의 진료소 수의사로 채용된 저자가 40여년간 울창한 자연림과 그 안에 사는 수많은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고 교감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그린 기록물이다. 그는 오색딱따구리, 동고비, 곤줄박이, 청설모, 바다표범, 너구리, 곰 등을 관찰하다 보면 문뜩 한 가지 깨달음이 온다고 적었다. “아직도 인간이 범할 수 없는 자연이 있다는 것은 인류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것. 그래서 그가 숲에서 다쳐 “장기 입원 환자”된 야생 동물들을 대가 없이 돌보는 일은 우리를 지키는 최소한의 의무이자 큰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동물에 대한 편견도, 과한 애정도 애초 장착되지 않은 산업동물 수의사 다케타즈가 야생에서 만난 동물과의 교류에서 얻은 큰 수확은 소박하지만 단단한 삶의 기쁨이었다고 그는 기술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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