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선조들이 짓고 불렀던 전통 시조 수작들을 역대 처음으로 모은 18세기 작품집 <청구영언>(靑丘永言)이 나라가 정한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1728년 가객 김천택이 편찬했다고 전해지는 <청구영언>을 국가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조선 땅의 노래들’이란 뜻을 지닌 <청구영언>은 고려 말부터 책이 간행된 조선 후기까지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옮기며 불렀던 한글 시조 580수의 노랫말들을 한글과 한문으로 기록한 이 땅 최초의 가집(시조집)이다. 후대에 나온 <해동가요> <가곡원류>와 더불어 조선시대 3대 가집으로 꼽힌다. 선조들이 선호했던 노래들을 중심으로 작가가 파악된 작품은 작가별로, 작자를 모르는 작품은 주제별로 엮었다. 작가들을 신분에 따라 나누어 시대순으로 전승된 내역을 세세히 밝힌 구성은 후대 가곡집 편찬의 본보기가 됐다.
문화재청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가곡’의 원천 자료”라며 “조선 후기까지 여러 계층에서 쓴 언어의 실체를 담고 있고, 책의 한글 서체도 유려한 멋을 지녀 국문학사와 음악사, 언어사, 서예사 등 여러 분야에서 의미가 지대하다”고 설명했다.
2007~2008년 충남 태안 바닷속 고려시대 침몰선에서 인양된, 사자 모양 뚜껑을 덮은 청자향로. 문화재청 제공
이와 함께 2007~2008년 충남 태안 바닷속 고려시대 침몰선에서 건져 올린 사자 모양 뚜껑 딸린 향로와 경북 영주 흑석사 아미타불상 몸체 안에서 확인된 불경 <묘법연화경> 2건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30일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을 확정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