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특별전에 나온 매릴린 먼로의 사진. <보그>지에서 촬영한 것으로 1962년 8월 그가 숨지기 수주 전에 사진가 버트 스턴이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잘록한 ‘개미허리’를 드러낸 지방시 투피스 차림으로 앉은 69년 전의 오드리 헵번. 왼손을 목에 감고 오른손을 귀에 댄 채 유혹의 눈길을 내뿜는 60년 전의 매릴린 먼로.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 문을 막 연 100년 전의 고고학자들. 미국 대공황기 빈민 캠프에서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86년 전의 중년 여성. 중국 양쯔강 수면 위에 머리만 내놓고 수영 중인 66년 전의 마오쩌둥. 72살 생일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혀를 쑥 내민 71년 전의 아인슈타인. 숨 막히는 억압에 못 이겨 분신자살을 시도한 18년 전의 아프가니스탄 여성….
게티이미지 사진전에 전시된, 혀를 내밀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사진. 1951년 아서 사세가 아인슈타인 72살 생일에 찍은 것이다. 게티이미지 제공
이들의 사진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 차려진 특별전 ‘게티이미지 사진전―세상을 연결하다’에서 볼 수 있다. 1995년 창립 이래 전세계 각지의 신문과 인터넷 매체 등에 다양한 사진들을 유통·배급해온 세계 최대 사진 아카이브 회사 게티이미지가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세계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포착한 소장 컬렉션을 국내 처음으로 꺼내어 보여준다.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4억개 이상의 사진을 소장한 이 회사만의 콘텐츠 330여점을 엄선해 ‘현대 르포의 세계’ ‘기록의 시대’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다양한 방식으로 내걸었다. 떨어진 가족 사이의 만남조차 쉽지 않은 이번 설 연휴에, 조심스럽게 전시장 나들이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함께 연결된 인류와 세계의 실상을 보여주는 이 특별한 사진전이 위안과 희망을 줄 듯하다.
게티이미지 특별전에 나온 오드리 헵번 사진. 게티이미지 제공
문화유산 쪽에 관심이 있다면, 서울 사대문 안의 국공립박물관 3곳에서 ‘광화문’을 공통된 주제로 삼아 열고 있는 특별전들을 잇따라 탐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조선시대 광화문 앞 관청가였던 서울역사박물관의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 거리’전과 국립고궁박물관이 경복궁 발굴·복원 사업 30주년을 맞아 출토 유물과 복원 연구 성과들을 전시한 특별전 ‘고궁연화’(古宮年華), 광화문 일대 공간의 역대 변천사를 재조명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이 화제의 전시들이다. 세 박물관 모두 전시의 초점인 광화문 거리를 끼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어 현장 답사도 함께 할 수 있다.
지역에선 최근 개관해 연일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미디어아트 개관 기획전에 가볼 만하다. 특히 국내외 대가, 신진 작가들의 소장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왕암 폐교 공간은 필수 관람 코스로 추천한다. 프랑스 마그 재단이 소장한 자코메티, 샤갈, 칼더 등 거장들의 명품을 구경할 수 있는 대구미술관의 ‘모던라이프’전과 국립경주박물관의 ‘고대 한국의 외래문물’전, 국립광주박물관의 ‘고려음,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전도 나들이하기에 맞춤한 전시들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