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티비시>의 프로그램 <가면토론회>의 한 장면. 티브이 화면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토론 패널로 출연한 것으로 지목돼 논란이 일었던 <제이티비시>(jtbc)의 <가면토론회>가 조기 종영된다. 18일 제이티비시는 2월부터 첫 방송되는 새 파일럿 예능 시리즈를 안내하면서 <가면토론회>는 지난주 나간 2회를 끝으로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가면토론회>의 프로그램 홈페이지와 다시보기 서비스도 삭제했다. 3회가 나갈 예정이었던 19일 밤 9시에는 <아는 형님>이 재방송된다.
<가면토론회>는 제이티비시가 올해 상반기 론칭하는 파일럿 예능 시리즈 중 첫 타자로, 원래는 4회 방송 예정이었다. 가면을 쓴 패널 6명이 방송인 박미선씨의 사회로 3대 3 토론 배틀을 벌이는 방식인데, 5일 첫 방송 뒤부터 ‘마라탕’이라는 패널이 이준석 대표라는 시청자들 추측이 제기됐다.
특히 국민의당이 이 대표가 익명 패널로 등장해 안철수 후보를 비판했다며 지난 16일 공개사과를 요구하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논객 ‘마라탕’은 안 후보를 향해 “왜 희망을 걸어요? 계속 실패했는데 같이 망하는 데에 희망을 걸자고요?” 같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고, 발언할 수 있는 장이 얼마든지 있는 공당의 대표가 가면을 쓰고 나와 정치 현안을 말하도록 한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은 언론학계에서도 제기된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보도 프로그램이 아니긴 하지만, 그런 익명의 토론 프로는 가면을 쓰지 않고선 자유로운 발화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패널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런 장이 없어도 얼마든지 자기 발언이 가능한 정치인의 패널 출연은 판을 깔아준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이티비시 쪽은 이 대표가 패널이었는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대표실 관계자도 “프로그램 취지상 이준석 대표가 맞다, 아니다 말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종영 이유에 대해 제이티비시 예능본부 고위 관계자는 “후광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편견 없이 계급장 떼고 솔직담백하게 사회 현안을 토론해보자는 게 기획 취지였고, 그러려면 철저히 서로 누군지 모르는 게 전제였다”며 “하지만 논란이 되면서 보는 시청자들도 의식하게 될 테니 애초 포맷이 성립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패널 섭외 때도 비밀 보장을 약속했고 지금까지도 서로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제이티비시 쪽은 상반기 4~5개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모두 방영한 뒤 <가면토론회>를 수정·보완할지 종합적 평가를 한다는 방침이다.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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