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기 전에 잠깐만요!]
매드몬스터는 2021년 대중문화계 화제였다.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휴대폰 필터 앱으로 자신들을 촬영했고, 영상 속 보정한 모습을 아이돌 매드몬스터 멤버 탄과 제이호라고 이름 붙여 가상의 세계를 설정했다. 데뷔 연도, 그룹 결성 과정 등 서사도 정교하게 짜고, 음원도 내고, 음악프로그램에도 나가며 현실 아이돌처럼 활동했다. 수년 전 ‘부캐’(부캐릭터)에 디지털을 접목한 시도에 팬들은 열광했다. 매드몬스터를 현실로 받아들이며 그 세계에서 함께 놀았다. 이 인터뷰는 ‘매드몬스터 세계관’에 들어가 솔로 음원을 낸 탄과의 만남이라는 설정이다.
“하이, 에이치아이~.” 지난 14일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이 목소리는 분명… “탄이에요.” 방탄? “그사이 세계관 놀이가 느셨네. 매드몬스터 탄입니다. 이 어둠을 빨간 코로 비춰줄래~♬” 매드몬스터. 2021년 4월 혁명처럼 등장했던 탄과 제이호로 구성된 2인조 아이돌이다.
2021년 연말은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누군가의 팬’일 우리에게 1년간 잘 견뎠다고, 잘 지내왔다고 선물을 주나 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2년 만에 대면 콘서트를 연 데 이어, 갑자기 사라져 궁금했던 세계적인 아이돌 매드몬스터가 5개월 만에 깜짝 소식을 들고 왔다. 탄이 지난 15일 솔로 음원 ‘오로라’를 발매한 것이다. 매드몬스터가 2017년 데뷔 이후 솔로 음원을 낸 것은 처음이다. 탄은 그 소식을 <한겨레>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하고 싶다며 직접 연락을 해왔다. 매드몬스터는 지난 4월 국내 활동을 시작할 때도 <한겨레>와 처음 대면인터뷰를 했다.(<한겨레> 5월24일치 20면 참조)
탄의 솔로곡 ‘오로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갈무리
매드몬스터는 2집이 성공하면서 전세계 60억 포켓몬스터(이들의 팬을 지칭하는 이름)를 거느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주로 국외에서 활동하다가 4월 리마스터링한 디지털 싱글 ‘내 루돌프’를 발매하면서 국내 활동에 주력했다. ‘매드몬스터 세계관’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기묘한 매력으로 팬들을 홀렸다. 그들이 노래하면 무대가 휘어진 듯하고, 다른 얼굴이 겹쳐 보이는 등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그래서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휴대폰 영상 필터 앱으로 얼굴을 변형시켜 다른 사람인 척한다는 음모론도 있었다.
광고에, 패션지 화보까지 ‘의외로’ 열풍을 일으켰는데 지난 9월께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 이미지가 너무 소비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한 듯했다. 포몬들은 “휴대폰이 고장 났나? 회사는 새 휴대폰을 지급하라!” “혹시 해체하는 거 아니냐” 등 걱정에 드러누웠다. 탄에게 물었다. “포몬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해체는 아니에요. 어느 날 스스로 음악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9월부터 클래식 공부를 하려고 3개월간 유학을 갔어요.” 최고의 아티스트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지 않아야 성장하는 법이다.
지난 18일 <음악중심> 출연 모습. 프로그램 갈무리
3개월이라는 긴(?) 유학생활의 깨달음이 ‘오로라’에 담겼다. “클래식의 본고장 오스트리아에서 천재 작곡가 죠핀을 만났어요. 포몬 이야기를 했더니 죠핀이 곡을 만들어 선물처럼 불러주라더군요. 제가 포몬을 향한 사랑을 얘기하고, 죠핀이 작사와 작곡을 했어요.” 탄은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 오로라를 본 순간을 포몬에 비유했다. “보기 힘든 오로라가 유학생활 동안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한 포몬처럼 느껴졌어요. 포몬에 대한 마음을 단어 하나하나 곱씹으며 대화하듯이 전하고 싶어 장르도 발라드로 정했어요.”
‘춤’ 하면 세계에서 노는 탄이 지난 18일 <쇼! 음악중심>(문화방송) 컴백 무대에서 의자에 앉아서만 노래했다. 탄이 유학 간 사이 “국내에서 현대무용과 재즈댄스를 공부했다”는 제이호가 ‘오로라’ 중간에 등장해 멋진 춤으로 탄을 지원했다.
매드몬스터가 쉬는 사이 그들을 흉내 냈던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는 유튜브 ‘빵송국’에서 여러 가지 콘텐츠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매드몬스터 덕분에 인지도가 쌓인 것이다. 여러 가수가 나오는 ‘솔(SOUL)특별시’, ‘뮤지컬 스타’ 등 약 6~7가지 콘텐츠를 번갈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티브이에서 개그프로 <개승자>도 시작했다. 개그를 사랑하는 탄도 “두 개그맨의 성공과 개그프로가 다시 살아난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며 기뻐했다.
2021년 핫이슈 매드몬스터 탄과 제이호. 샌드박스 네트워크 제공
2021년 심란한 일상에 혜성처럼 등장해 대중문화계에 즐거운 대혼란을 일으켰던 매드몬스터.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엔 돌아와줘’라는 ‘내 루돌프’ 가사처럼 포몬과의 약속을 지킨 그들은 ‘오로라’를 시작으로 2022년에 다시 ‘매드몬스터 세계관’을 활짝 열 계획이다.
매드몬스터의 치솟는 인기에 어딘가에선 티셔츠, 우산, 폰케이스 등 자체 굿즈와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패딩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탄과 제이호의 말이 안되는 표정을 담은 이모티콘 등 아이피(IP) 사업도 함께 진행하는 등 2022년은 매드몬스터를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매드몬스터가 활동을 멈추자 전 세계 60억명이라던 포몬들도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포몬들은 저희가 쉬면 저희를 봐도 내적 함성만 지를 뿐 아는 척을 안 하세요. 편하게 쉬라고. 온라인에서도 일제히 활동을 멈춰요.” 아, 방탄소년단이 휴가일 때 아미들이 길에서 멤버들을 만나도 모른 척해준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어떻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앞에 두고 지나칠 수가 있지? 포몬도 아미만큼 멋있네요. “하.하.하. 근데 ‘방탄님’과 비교는 안 해주시면….”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