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들에게 가혹한 시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이건 전세계가 마찬가지인가 보다. 노르웨이의 간호사 요한네의 사연을 들어보자. 크리스마스 연휴의 업무를 배정하는 날. 기혼자와 애인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제외되고 고향 가는 사람들도 빠지니, 올해도 3년째 요한네가 근무다. 마지막 연애가 3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만도 없다. 그러나 그날 저녁 가족 모임, 조카들이 점령한 저녁 식사에서 요한네에게 잔소리와 충고가 쏟아진다. 점점 한계에 다다른 요한네는 덜컥 거짓말을 하고 만다. “나도 사귀는 사람이 있어요!” 뭐라고? 가족들은 신나서 이야기한다. “그럼 크리스마스에 그 사람을 데리고 오렴.” 2019년 넷플릭스 노르웨이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려면>은 한달 안에 무조건 남자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긴박하지만 웃음이 가득한 로맨틱한 드라마다.
이제 요한네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의 시간을 끝내고 본격적인 연애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단체 미팅에도 나가고, 데이팅 앱도 사용해본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은 많은데, 만나게 된 남자들은 하나같이 이상하다. 친구들은 “두번은 만나 봐야 한다”지만, 두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이다. 요한네의 ‘최애’ 영화인 <러브 액츄얼리>를 함께 본 남자는 내용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오디오북으로 일주일 만에 포르투갈어를 배워서 고백하는 게 말이 됩니까!” 아…, 네 말이 다 맞다. 너도 아웃이다.
똑똑한 남자부터 생각 없는 남자, 19살 고등학생까지 다 만나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옛사랑보다 못하다. 이번을 놓치면 다음 사람은 더 나쁠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그렇다면 헤어졌던 남자들에게 다시 연락을 해봐야 하는 건가. 주변 남자들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나. 친구는 말한다. “남자친구를 찾는 건 집 보러 다니는 거와 같아. 예전에 살던 집이 마음에 든다고 그 집에 가서 다시 사는 일은 없어. 가장 좋은 집을 구하는 건 입찰에 뛰어드는 거야!”
마치 서울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대사들과 상황들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드라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노르웨이 남동부의 아름다운 도시 뢰로스에서 촬영했다. <겨울왕국>처럼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 있고 순록이 거리를 돌아다닌다. 북유럽의 독특한 음식과 술을 보는 재미도 있다. 산타가 옆집 살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린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요한네는 초조하다. “인생에 남친 따위는 없어도 괜찮다. 나는 외롭지 않다. 혼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렇게 살 자신이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친구는 말한다. “네가 무슨 신데렐라냐? 신데렐라도 남자 기다릴 때 빼고는 너보다 능동적이었어.” 아. 이렇게 또 한 번 뼈를 맞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요한네는 많은 남자들(여자도 있다)의 관심을 받는다. 연애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운 인생이지만 연애가 더해지면 더 재미있는 게 인생이다.(라고 크리스마스니까 그렇게 말하자.) 과연 요한네는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에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사랑은 ‘마법 같은 일’이라는데, ‘마법 같은 일’은 오직 마법 세상에서만 일어난다. 운명 같은 사람을 찾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건들로 서로 재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부터 고민한다. 하지만 일년 중 단 하루, 크리스마스에는 뭔가 마법 같은 일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 논리는 내려놓고 그냥 즐기면서 보자. 다음주면 크리스마스이고 이 드라마는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이제는 지겨운 당신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나 홀로 집에 계신 분들이 볼 것 같긴 하지만.
씨제이이엔엠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