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오늘도 뚠뚠> 박진경 CP. 카카오TV 제공
“‘잘 보고 있어요’가 아니라 ‘많이 배웠어요’라고 해주신다. 이런 피드백을 받을 때 정말 뿌듯했다. 주식에 투자하시는 분에게 참고서와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웹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하 ‘뚠뚠’)의 박진경 책임프로듀서(CP)는 10일 화상 인터뷰에 이렇게 종영 소감을 말했다. ‘뚠뚠’은 지난해 9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카카오티브이 출범과 함께 시작해 지난달 30일 종영했다.
‘뚠뚠’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힘들어진 엠제트(MZ)세대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동학개미운동 등 투자 열풍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었다. ‘주린이’(주식 초보자)를 위한 유익한 인포테인먼트 예능으로 호평받으며 누적 조회수 8천만건 넘어서는 등 카카오티브이 개국 공신 구실을 톡톡히 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어디서 가져온 걸까? 박 시피는 “애니메이션(<짱구는 못말려> 개미송)에서 가져왔다. ‘뚠뚠’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원곡에는 ‘뚠뚠’이란 가사가 나오지 않는다. 악기 소리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알지도 못하고’란 뜻의 스페인어 ‘뚠뚠’(tuntún)을 가져와 해석하기도 한다. 주린이들이 투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식을 한다는 뜻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홍보 사진. 카카오TV 제공
기획 의도는 무엇일까? “투자를 처음 하는 2030세대에게 투자 정보와 함께 웃음(재미)을 전해주고 싶었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거였다. 다행히 출연자들이 잘해줘서 잘 된 것 같다.”
‘뚠뚠’은 투자 이슈를 챕터로 나눠 소개했다. 챕터1에선 투자를 위한 기본기를 다졌고, 챕터2·3에선 ‘언택트’ ‘자동차’ 종목을 분석했다. 챕터4는 ‘보복 소비’를 주제로 했다. 마지막 챕터5는 실전 투자를 위해 가상 투자 회사 ‘뚠뚠 인베스트’를 차리는 형식을 선보였다.
방송인 노홍철·장동민·김종민·딘딘·미주·온유 등 주린이 개미군단에 더해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브이’의 김프로(김동환)와 슈카(전석재)가 멘토로 참여해 실전 주식 투자 경쟁을 벌이는 색다른 포맷이었다. 이들은 출연료(500만원)를 직접 투자해 투자수익률을 공개했다.
개미 투자자가 따라 해볼 만한 출연진이 있는지 물었다. “김종민이다. 초보 투자자는 가격이 오르면 더 살 생각을 하고(추격 매수), 가격이 떨어지면 무서워 팔아버리는 경우(공포 매도)가 많은데, 김종민은 방송을 하면서 그런 초보 투자자의 버릇을 살짝 벗어났다”고 했다.
이어 “투자는 자기 생각만 옳다고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정보와 이야기를 들어보고 최종 판단을 스스로 할 때 초보 티를 벗는다. 김종민은 누구보다 타인 의견을 잘 수용하는 캐릭터였다. 실제 김종민은 방송 내내 상위권이었다. 다른 출연자는 자기 고집 같은 게 있어 고집을 잘 꺾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종민을 그대로 따라 하라는 건 아니다.(웃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온유(이진기)의 투자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온유는 녹화 이전에 한 언론 인터뷰를 보면 쉽게 사고팔고 하지 않았다. 이 기업과 함께한다는 느낌으로 투자하는 스타일이었다. 테슬라 주식을 주당 200달러에 사서 장기투자로 1000% 수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주위 사람이 자주 사고팔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따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래 하던 대로 돌아가면 좋겠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장면 모음. 카카오TV 제공
박 시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올바른 투자 태도에 관해 배웠다고 했다. “‘개별 주식 가격은 변하지만, 기업은 그대로 있다’는 김프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10% 빠진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10%만큼 일을 덜 하거나 직원의 10%가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주식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회사 본연의 가치에 투자하라는 말이었다.
박 시피는 출연진 섭외 과정의 에피소드도 얘기했다. “프로그램 시작은 노홍철이었다. 노홍철을 찾아가 섭외했는데, 드문 일이 일어났다. 기획안을 읽고 그 자리에서 5분 만에 ‘같이 하자’고 하더라. 앞으로 또 ‘뚠뚠’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노홍철과 함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프로와 슈카를 예능으로 이끈 사연도 소개했다. “김프로와 슈카는 유튜브에서 경제 관련 콘텐츠 가운데 제일 유명했던 분이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잘했지만, 예능에선 활동하지 않던 분을 섭외한 것이다. 두 분 다 기획 의도에 동의하고 참여했다.”
‘홍반꿀’(주식 투자의 ‘마이너스’ 손으로 불리는 노홍철과 반대로 하면 이익), ‘딘딘하다’(계속 단타 매매를 한다) 같은 신조어도 방송에서 나왔다. “그런 신조어는 투자자들이 매번 겪는 시행착오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홍반꿀’은 ‘내가 팔면 오르고, 내가 사면 떨어진다’는 개미의 하소연을 반영하는 신조어다. ‘딘딘하다’ 역시 주식 가치보다 가격에 너무 휘둘리는 사례를 보여준다. 올바르지 않은 투자 습관을 잘 보여주는 신조어라고 생각한다.”
박 시피는 구상했던 포맷을 코로나 탓에 프로그램에 미처 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학교 체육관을 빌려 <도전 골든벨>처럼 일반 출연자, 고정 출연자 50여명이 모여 오전 9시부터 동시에 주식 투자를 해보거나, 빌딩 하나에 방마다 몇명씩 들어가서 코인과 주식에 투자하는 그림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 탓에 그런 아이템을 진행하기 어려워 아쉬웠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박진경 CP. 카카오TV 제공
<문화방송>(MBC)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등 신선하고 참신한 예능을 선보였던 그는 지난해 카카오티브이로 둥지를 옮겼다. “회사를 옮긴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방송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보지 않는다고 느껴서다. 회사를 옮기기 전에는 지상파 특성을 고려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의견을 냈다면, 이제는 2030세대를 좀 더 명확한 타깃으로 설정할 수 있다.” 젊은층에서 회자된 <맛집의 옆집>도 그가 카카오티브이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지향하는 기획 방향은 두가지로 꼽았다. “회의할 때 늘 염두에 두는 게 있다. 첫째는 지상파에서 다룰 수 없는 주제를 다뤄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정확하게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삼자는 것이다.”
박 시피는 ‘뚠뚠’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한 콘텐츠를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시즌(챕터)6으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주식이 아니더라도 ‘뚠뚠’을 잇는 주제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홍보 사진. 카카오TV 제공
한·중·일을 타깃으로 삼은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인 만큼 국내만 타깃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케이콘텐츠가 주목받는 상황이라 다양하게 해볼 게 많을 것 같다.”
그는 케이콘텐츠 확장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국 예능은 특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 예능 시장이 치열하다 보니 온갖 주제를 놓고 심하게 겨룬다. 그러다 보니 ‘저런 소재로 방송을 만든다고?’라고 할 만큼 특이한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한다. 그걸 해외 시청자는 특이하게 느낀다. 요즘엔 유튜브 플랫폼에서 우리나라 아이돌이 열심히 하고 있어, 케이콘텐츠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케이콘텐츠 장점이 어필되면 전세계적으로도 흥미롭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