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먹보와 털보>는 김태호 피디(가운데)의 마지막이자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김태호 피디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지난 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먹보와 털보> 화상 간담회에서다. “<먹보와 털보>는 20년 다닌 엠비시와 만드는 마지막 프로그램입니다.” 시작이 아니고?
그는 지난 9월에 “12월 퇴사”를 예고했다. 이전부터 넷플릭스와 손잡고 <먹보와 털보>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업계에서는 당연히 이 작품이 그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여겼다. “마지막 프로그램이 될 수 있어서 음향감독, 그래픽디자이너 등 최대한 (엠비시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했다. 넷플릭스 작품이기는 하지만, 엠비시에 뜨거운 기억을 남겨주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다.”
<먹보와 털보>는 비와 노홍철이 전국을 여행한다. 넷플릭스 제공
<먹보와 털보>는 ‘먹보’인 비(정지훈)와 ‘털보’인 노홍철이 제주도를 시작으로 고창, 부산 등 전국을 누비며 여행의 재미를 선보이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김태호 피디의 첫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작품이어서 얼마나 새로울까, 파격적일까 관심이 쏠렸다. 기대보다 익숙한 포맷에는 “마지막”이라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는 “다른 환경의 두 회사가 만난 지점이기 때문에 새로운 걸 시도한다기보다는 엠비시 내부 인력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의 맛을 느끼게 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피디는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까지 문화방송 예능의 전성기를 책임졌다. 각 프로그램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그런 그도 뒤늦게 경험한 오티티 세상이 놀랍기는 매한가지다. “패스트푸드만 만들다가 한정식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고민하고, 이것 다음에 뭐가 나와야 맛있을지,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세세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그러니 작업 하나하나가 재미있었다.” 온갖 제안에도 끝까지 문화방송을 지켰던 김태호 피디의 대답이라는 점에서 지상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읽힌다.
그는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시작점이다. 협업하면서 그도 넷플릭스의 제작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그림도 그려놓은 듯하다. “엠비시를 퇴사하면 넷플릭스와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 그때가 진짜 시작이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 지상파의 한계를 뛰어넘어왔던 그가 한계 없는 플랫폼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은 11일 시작하는 <먹보와 털보>에서 간을 보자.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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