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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인 듯 로맨스 아닌 영화 두편, 관객들 유혹하네

등록 2021-11-25 04:59수정 2021-11-25 08:43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
“관계 그리고 사랑 코미디로 풀어냈죠”

‘연애 빠진 로맨스’ 정가영 감독
“썸타고 싶은 기분, 영화 보면 느낄걸요”
<장르만 로맨스>의 조은지 감독. 뉴(NEW) 제공
<장르만 로맨스>의 조은지 감독. 뉴(NEW) 제공

로맨스인 듯 로맨스 아닌 영화 두편이 잇따라 개봉해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와 정가영 감독의 <연애 빠진 로맨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제목만이 아니다. 둘 다 저예산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감독들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데다, 코미디를 기반으로 드러내놓기 어려운 ‘관계’를 보기 좋게 풀어냈다는 유사성도 있다. 매끄러운 연출로 말맛이 살아 있는 영화를 만든 두 감독을 각각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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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스틸컷. 뉴(NEW) 제공

먼저 지난 17일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흥행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기집권 중이던 마블 영화 <이터널스>를 밀어내며 단박에 박스오피스 1위(23일 기준 39만6789명)를 차지한 것. 19일 인터뷰한 조 감독은 “개봉 전까지 긴장이 많이 됐다. 당장의 흥행보다 감독으로서 우려했던 부분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며 웃었다. <장르만 로맨스>는 6년째 신작을 쓰지 못해 위기에 몰린 소설가 김현(류승룡)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작품이다.

캐릭터도 하나같이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찌질한 소설가이자 교수인 김현은 이혼한 아내 미애(오나라)와 대화를 나누다 침대로 급발진하는 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철이 없고, 미애는 김현의 오랜 친구인 출판사 사장 순모(김희원)와 목하 비밀연애 중이다.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아들 성경(성유빈)은 동네 유부녀인 정원(이유영)에게 연정을 느끼고, 성소수자인 유진(무진성)은 교수인 김현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직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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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스틸컷. 뉴(NEW) 제공

“관계나 감정에 있어서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드라마가 강했던 원작 시나리오에 코미디적인 요소를 더 넣어 각색했어요. 김현과 유진 외의 인물에 대해서도 확장을 했고요.” 등장인물 모두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 감독의 연출은 이상야릇한 관계를 통해서 성장하는 등장인물들을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든다. “동성애를 불편한 소재로 생각할 수 있는데다 한편으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자칫 잘못하면 하나의 생각을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 거 같아 관련 인터뷰를 통해 대화의 뉘앙스 등에 신경을 썼어요.”

모든 영화가 그러하지만 <장르만 로맨스>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처럼 보인다. 류승룡, 김희원, 오나라의 코믹 연기는 대체불가라는 말조차 진부하게 만든다. 특히 200 대 1의 경쟁 속에서 유진 역으로 신인배우 무진성을 발탁해낸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성취다. “오디션을 했는데 다른 지원자와 다르게 무진성씨는 캐릭터 해석에서 거침이 없었어요. 그게 눈에 띄어 그날 저녁에 캐스팅 제안을 했죠. 유진 역할이 머릿속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았는데 무진성씨가 그걸 그려준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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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스틸컷. 뉴(NEW) 제공

도발적인 소재지만 장면 전환이나 편집에서 첫 장편답지 않은 매끄러운 연출을 선보인 조 감독은,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한 21년차 배우이기도 하다. 차기작으로 부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는 얄밉게도 연출 자체에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이별 이야기를 써서 지인들에게 보여주니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거예요. 흘려들었는데 제가 썼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거예요. ‘이거는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게 첫 단편 연출작 <2박3일>(2016)이에요. 연출은 재밌지만 너무 힘들어요. 감독님들 보면 굉장히 존경스러워요. 얼마나 고민 많이 했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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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의 정가영 감독.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장르만 로맨스>가 사랑이라는 관계에 집중한다면, 24일 개봉한 <연애 빠진 로맨스>는 ‘관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다. 사랑에 지친 29살 함자영(전종서)은 애정 없는 성적 관계에만 ‘올인’하기로 하고 데이팅앱을 통해 박우리(손석구)를 만난다. 잡지사 기자인 우리는 편집장의 강권에 못 이겨 섹스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고 비밀 취재차 만난 자영과 겪은 일을 칼럼에 연재한다. 목적은 달랐지만 함께 모텔을 드나들던 그들은 이내 서로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솔직하고 발칙한 매력의 소유자인 자영과 어수룩하면서도 진심인 우리의 캐릭터에 더해, 뼈 때리는 현실적 대사와 조연들의 케미가 어우러져 제2의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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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23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 감독은 “드디어 개봉하게 됐는데 많이 설레고 긴장된다”며 “관객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재밌게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중 하나인 전종서 캐스팅과 관련해선 “전종서 배우는 <버닝>과 <콜>에서 워낙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제 영화의 발칙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져줘 함께하게 됐다”고 했다.

“손석구 배우는 드라마나 매체를 통해 뭔가 섹시하면서도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갔는데, 이 영화의 남자 캐릭터를 잘 소화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캐릭터에 착 달라붙는 연기를 해줬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썼을 때 상상했던 인물들 이상으로 더 편하게, 애착과 애정이 가게끔 해줘서 감사한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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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비치온더비치>(2016), <밤치기>(2018), <하트>(2020) 등 독립영화에서 주연과 연출을 도맡으며 20대 여성의 성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던 정 감독은, 첫 상업영화에서도 자신의 ‘필살기’를 여지없이 선보인다. “등급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정하는 거라 15세 관람가가 될지 19세 관람가가 될지 잘 몰랐어요. 결국 15세 관람가가 나왔는데, ‘가족과 보기 민망하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몇몇 장면들에서는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다 싶지만, 너무 자극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야기와 캐릭터의 재미 부분이 관객들에게 좀 더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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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컷.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1990년생으로 30대 초반인 정 감독은 “영화 속 자영의 모습은 20대의 저와 조금 더 닮은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자영의 모습에 제 모습이 투영됐던 것 같다”고 했다.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니까 ‘썸 타고 싶어진다’ ‘누군가와 술 마시면서 진솔한 얘길 하고 싶어진다’는 평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우리들 생각보다 부모님 세대들이 더 오픈돼 있을 수 있으니까 함께 보셔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죠.(웃음)”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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