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적 명품인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왼쪽)과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19일부터 국가문화재 지정번호 표기가 사라지면서 각기 구분되는 새 호칭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숭례문, 훈민정음, 반가사유상, 흥인지문 등 나라의 국보·보물 앞에 붙여온 지정번호가 없어졌다.
문화재청은 19일부터 국가지정문화재‧등록문화재 지정 당시 순서대로 부여했던 지정번호를 앞으로 표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과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59년 동안 국보 350건과 보물 2277건, 등록문화재 934건 등이 지정될 때마다 차례대로 매겨져 표기됐던 지정번호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문화재청은 “주민등록번호 같은 단순 관리번호인데도 가치 서열에 따른 순위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다 일제강점기 주요 문화재에 지정번호를 붙인 총독부의 관리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해 대외적인 표기에 쓰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쪽은 문화유산과 관련한 각종 신청서나 신고서 등의 서식이 간소화돼 행정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문화재의 경우 지정번호의 공식 표기가 사라지면서 호칭에 혼선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학계에서 나온다. 이달 초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설전시실을 완공해 나란히 전시하기 시작한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두점이 단적인 사례다. 삼국시대 작품인 두 상을 두고 그동안 학계와 언론에서는 국보 78호와 국보 83호란 명칭으로 나눠 불렀으나, 지정번호 폐지로 두 상은 각각 새로운 호칭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박물관 쪽은 최근 두 불상에 따로 붙일 만한 애칭을 일반 공모해 ‘반디’ ‘반야’ ‘반가미’ ‘반가온’ 등 당선작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불상의 새 명칭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며 정착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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