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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피맛골서 쏟아진 조선초 금속활자 보러 오세요

등록 2021-11-03 10:35수정 2021-11-03 11:18

인사동 출토 유물 1755점…세종때 시계 ‘일성정시의’도
국립고궁박물관서 연말까지 한자리에 선보이는 전시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개최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관계자가 활자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확대경을 만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개최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관계자가 활자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확대경을 만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6월 서울 인사동 피맛골 땅속에서 극적으로 출토돼 화제를 모았던 조선 세종~세조 대 금속활자를 비롯한 주요 금속 유물들이 다섯달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유적을 발굴한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원장 오경택)과 국립고궁박물관은 3일부터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Ⅱ에서 발굴 유물 1755점을 모두 선보이는 ‘인사동 출토 유물 공개전’(12월31일까지)을 연다.

핵심 출토품인 금속활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당시 1434년 갑인년 세종 대에 개발된 조선의 대표적인 한자 금속활자 ‘갑인자’로 추정되는 실물들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구텐베르크의 성서본 금속활자보다 제작 시기가 10년 이상 앞서는 것으로 판명된 세계적 발견이었다. 또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썼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활자 실물들을 포함해 한글 금속활자를 구성하던 다양한 크기의 활자들도 처음 출토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금속활자들을 소개하는 전시 1부는 들머리 바닥에 놓인 깨진 도기 항아리를 내보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피맛골 땅속 조선 전기 집터에서 활자들과 물시계 부품 등이 담긴 채 출토돼 ‘대발견’의 서막을 열었던 유물이다. 뒤이어 주조 시기가 확인된 갑인자(1434년), 을해자(1455년), 을유자(1465년) 세 종류의 출토 활자들 가운데 주요 글자들이 투명 아크릴판 진열장 안에 고정돼 앞뒷면을 볼 수 있게 선보이고 있다. 이 진열장 중심으로 왼쪽에 주조 시기와 활자 종류가 밝혀지지 않은 1300여점의 미분석 활자들, 맞은편에는 304점의 갑인자와 을해자, 을유자,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한글 활자들이 촘촘히 놓여 눈길을 붙잡는다. 한자·한글 활자의 종류와 시기 등을 판명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된 <능엄경> <원각경> <동국정운> 등의 서적 실물도 함께 진열해 이해를 도왔다. 활자를 잘 볼 수 있게 여러 곳에 확대경과 사진을 담은 휴대용 컴퓨터를 비치한 것도 돋보인다. 미분석 활자들이 놓인 진열장 위쪽엔 활자 주조를 맡았던 ‘주자소’의 현판과 당대 주조 연혁을 적은 현판이 내걸렸다.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전시 포스터.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전시 포스터.

2부는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유물들로 채워진다. 단연 눈길을 끄는 유물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다. 1437년 세종의 명으로 제작된 주야 겸용 시계로, 크기를 소형화한 것이 특징이다. 낮엔 해 그림자로, 밤에는 별을 올려보며 시간을 측정하던 기구로, 기록만 확인되다 처음 출토된 실물이다. 일성정시의 사용법을 알 수 있도록 박물관 소장품 해시계 ‘소일영’(小日影)의 전모를 처음 공개했는데, 전시 준비 과정에서 받침대 위 시계 동판에 새긴 시구가 18세기 영조의 것임을 확인하는 뜻밖의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무기류로는 제작 연도, 장인 이름 등이 새겨진 1점의 승자총통(1583년)과 7점의 소승자총통(1588년)이, 공예품으로는 제작 연도(1535년)가 적힌 정교한 문양의 동종(銅鐘, 구리 종) 파편과 조선통보 등 금속화폐도 볼 수 있다.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전시 말미에는 ‘빵박스’로 불리는 발굴 현장의 플라스틱 유물 상자에 담긴 미분석 출토품들과 조사원들의 땀내 나는 작업 광경을 담은 영상물 등이 등장한다. 다음주엔 음악가 박다울씨가 출토품과 유적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영상과 발굴 이야기 등을 담은 영상들이 문화재청과 박물관 유튜브로 공개된다. 박물관 쪽은 전시실 전경과 유물 등을 담은 가상현실(VR)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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