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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왕릉 앞 아파트 건설사 “높이는 그대로…색·디자인만 바꾸겠다”

등록 2021-10-21 17:13수정 2021-10-26 19:55

문화재청에 개선안 제출…“근본적 문제 외면” 지적
19일 오후 김포 장릉의 원종릉과 인헌왕후릉 봉분 사이에서 남향을 바라본 모습. 멀리 검단신도시 고층 아파트 건물이 빽빽하게 올라온 광경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19일 오후 김포 장릉의 원종릉과 인헌왕후릉 봉분 사이에서 남향을 바라본 모습. 멀리 검단신도시 고층 아파트 건물이 빽빽하게 올라온 광경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서울의 한 문화재보존 관련 기관 실무자인 ㄱ씨는 울분을 참지 못했다. 세계유산인 경기도 김포 장릉 코앞에 지난 2년 사이 거대장벽 같은 20층 이상 고층아파트 19동을 무단 건립해온 건설업체들이 뒤늦게 당국에 낸 개선책이 되려 문화재계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문화재청이 검단신도시 아파트 3개 건설업체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이후 해당 업체들이 지난 11일 문화재청에 낸 개선안을 살펴보니, 가장 민감한 현안인 높이 낮추기에 연관된 내용은 전무했고, 건물 색깔 바꾸기, 정자·폭포 따위 딸림시설 조성 등만 나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효성 없는 앞가림식 꼼수란 지적이 잇따른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21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업체들(대방건설, 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의 개선방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개선안을 보면, 3개 업체 모두 아파트 외벽 마감 색깔을 장릉을 강조하는 색으로 맞춰 칠하고, 옥외 구조물로 육각정자를 짓는다는 안을 제시했다. 대방건설과 대광이엔씨는 장릉의 정자각 진입로인 향로와 어로의 바닥석재를 본떠 산책로 바닥을 꾸미고 주위에는 연못·폭포를 조성하며 아파트 본체와 지하주차장 벽면에 장릉 경내 비석과 문인석의 문양 패턴을 도입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제이에스글로벌은 전통 정자와 문화재 안내시설을 설치하고, 장릉과 조화를 이루는 재질로 마감하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현상변경 기준은 높이 20m인데, 3개 건설사는 모두 개별 심의 신청을 하지 않은 채 70∼80m 높이로 아파트를 지었다”면서 “높이는 유지한 채 색깔과 디자인만 바꾸겠다는 것은 근본을 외면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왕릉 내부의 조영원리와 석물 등을 연구해온 ㄱ연구원도 “조선왕릉 세계유산의 지속 요건은 경관 유지가 핵심인데, 건설업체들의 개선안은 이런 요건에 대한 이해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문화재청은 검단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 44개동 가운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동이 심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건설업체들은 인천 서구청 등 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사업이어서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관련 안건을 다룰 문화재위원회 개최와 관련해 세계유산 분과와 궁릉 분과 합동회의로 다룬다는 원칙만 정했으며 위원 개개인 일정을 맞추느라 여는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시급한 현안이어서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엔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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