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섭 국가무형문화재 진도다시래기 보유자. 문화재청 제공
영화 <왕의 남자>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이 시대 마지막 유랑 광대’ 강준섭 국가무형문화재 진도다시래기 보유자가 24일 오후 7시께 별세했다고 문화재청이 25일 밝혔다. 향년 88.
고인은 1933년 전남 진도에서 무당 일을 하던 집안에서 4남1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국가무형유산원이 발간한 구술 자서전을 보면, 고인의 윗대 어른은 대대로 음악 활동을 했고, 진도씻김굿 명인이었던 고 박병천 집안을 비롯해 진도의 이름난 예인 집단과 교류했다. 태생부터 예인의 피를 물려받은 셈이다.
같은 마을에 살던 판소리 명창 신치선에게 소리를 처음 배운 고인은 14살에 여성 창극단에 입단해 팔도 곳곳을 유랑하며 공연했다. 청년 시절 잠시 군대에서 복무한 시기를 제외하면 1970년대까지 꾸준히 유랑극단 활동을 했다.
고인은 1975년 진도 지역에서 천수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동네 상여꾼들이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행한 진도다시래기 복원 활동에 참여했고, 1979년 국립극장에서 진도다시래기 공연을 했다. 진도다시래기는 상례 풍속과 민속극 연구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진도다시래기가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자 고인은 고 조담환과 함께 탁월한 기량을 인정받아 이 종목 보유자(인간문화재)가 됐다. 이후 진도다시래기 전승과 보급에 힘써 진도 ‘군민의 날’ 기념 표창장을 받았고, 세한대 전통연희학과 초빙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신안 하의도에서 영결식 전날 해학과 웃음이 넘치는 굿판을 벌이기도 했다.
고인은 전통 연희 무대에서도 이름을 널리 떨쳤다. <심청전> <춘향전> <장화홍련전> 등 판소리부터 신파극까지 다양한 무대에 섰다. 특히 <심청전>의 심 봉사 역할을 잘 소화하는 걸로 유명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 장생을 연기한 감우성이 연기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유랑극단에서 함께 활동한 부인 김애선 진도다시래기 명예 보유자와 진도다시래기 전승 교육사인 아들 민수씨, 딸 계순·계옥씨가 있다. 빈소는 전남 진도 산림조합추모관이며, 발인은 27일 오전 10시다. (061)543-4040.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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