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풍차바지. 밑을 터서 용변 보기에 편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어린 시절의 영친왕 이은을 위해 지었다고 전해지는 숙명여대 소장 조선 왕실 아이 옷들 가운데 일부다. 숙명여대 제공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 이은(1897∼1970)에게 입히려고 지었다고 전해지는 아이 옷이 국가민속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왕실의 복식 문화를 보여주는 ‘전(傳) 영친왕 일가 어린이 옷’ 9건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지정 예고된 옷 유물들은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가 보관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1998년 숙명여대가 기증받아 소장 중이다. 남자아이가 입었던 예복 사규삼과 여자아이가 외출할 때 겉옷 밑받침으로 입은 창의, 밑을 터서 용변 보기 편하게 한 남자아이용 풍차바지, 두루마기, 저고리, 색동마고자, 조끼, 버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숙명여대가 소장 중인 사규삼 및 창의. 숙명여대 제공
학계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 이 유물들은 지난 2009년 일본에서 환수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영친왕 일가 복식 및 장신구류’(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일부인 영친왕 아들 이구(1931∼2005)의 복식 유물과 소재, 단추, 문양 등에서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옷들의 주인을 영친왕이라고 파악할 만한 자료가 부족해 실제로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희소한 조선 왕가 어린이 복식의 특징이 잘 나타나 문화재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예고기간인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듣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재 지정을 확정한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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