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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궐 지붕 용머리 장식이 태안 갯벌서 나온 이유

등록 2021-08-19 11:14수정 2021-08-19 13:17

한양서 만들어 배로 옮기다 침몰한 것으로 추정
태안 갯벌에서 발견된 취두. 조선 전기 장식기와로,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태안 갯벌에서 발견된 취두. 조선 전기 장식기와로,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충남 태안 갯벌에서 조선시대 궁궐 지붕마루에 올리는 큰 용머리 장식(취두)이 나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6월 태안군 남면 원청리 청포대 해수욕장 갯벌에서 조선시대 전기의 취두와 갑옷 입은 장수상을 발굴, 수습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취두는 용마루의 양쪽 끝에 올려 건물의 권위를 과시하는 고급스런 장식기와로, 조선 전기 유물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발견된 취두는 높이 103㎝, 최대너비 83㎝에 달한다. 눈 부릅뜨고 입을 벌린 큰 용의 머리 위에 따로 작은 용 한마리와 나선형의 오목새김 선을 새겼다. 위엄이 서린 표정과 생동감 넘치는 형상이 돋보이며 비늘과 갈기, 주름의 표현도 세밀하다. 연구소 쪽은 “지난 2008년 불타기 전 숭례문에 놓인 취두와 형태·문양이 같고 14~17세기 중국 명나라 시기 사찰인 지화사(智化寺)의 장식기와인 ‘정문’(正吻)과도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취두는 보통 위 아래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나눠 만들었으며, 지붕에 얹을 때 쇠못으로 위 아래를 고정해 연결했다.

장식기와 취두가 발견된 지점과 출토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합성한 지도 이미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장식기와 취두가 발견된 지점과 출토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합성한 지도 이미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함께 나온 장수상은 높이 30, 최대너비 22cm다. 건물 추녀마루에 잇따라 열을 지어 올린 짐승과 사람 모양의 장식기와인 잡상의 일부분으로, 대열의 맨 앞에 배치되는 도상이다. 좌대 위에 정교한 비늘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무인이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앉은 모습이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서울 경복궁이나 경기도 양주 회암사터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의 장수상과 형태, 문양 표현 방식 등이 거의 같다.

취두와 함께 나온 장수상. 궁궐 처마지붕에 잇따라 열을 지어 올렸던 잡상의 일부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취두와 함께 나온 장수상. 궁궐 처마지붕에 잇따라 열을 지어 올렸던 잡상의 일부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시대 궁궐 처마 기둥에 올린 장식기와를 설명하는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시대 궁궐 처마 기둥에 올린 장식기와를 설명하는 사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주로 왕실에서 건축자재로 썼던 취두 등의 장식기와가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까닭은 뭘까? 연구소 쪽은 한양에서 만든 장식기와를 충청도·전라도·경상도 삼남지방에 있는 왕실 관련 건물에 쓰려고 배에 싣고 옮기다가 태안 해역에서 침몰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조선시대 나라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을 보면, 기와를 만드는 공영관청인 ‘와서’(瓦署)를 한양에 두고 기와 만드는 장인 와장(瓦匠) 40명과 장식기와 등을 만드는 잡상장(雜像匠) 4명으로 구성해 운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양 와서에서 만든 기와들을 해로로 옮기다 물길이 험한 태안에서 해난사고로 바닷속에 가라앉았을 것이란 얘기다.

발굴된 취두와 장수상은 오는 31일부터 9월5일까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공개된다. 관련 영상은 연구소 유튜브 채널(youtube.com/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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