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프가니스탄의 무장세력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이곳을 탈출하려는 시민들로 공항이 아수라장이 된 걸 두고, 지금 상영 중인 영화 <모가디슈>와 겹쳐 보인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쿠데타에 성공한 반군을 피해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영화 속 내용이 3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안타깝게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다음날인 16일(현지시각) 오전, 카불의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시민 수백명이 이륙하는 비행기에 올라타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외신들은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에 매달린 시민 3명이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시민들이 비행기 탑승구에 매달리거나 비행기 위에 올라탄 모습도 포착됐다. 모두 탈레반의 폭압적인 공포정치 재현을 우려해 조국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상황에서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남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악전고투를 다룬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가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겹쳐 보인다는 의견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영화에는 탈출을 위해 모가디슈 국제공항에 모여든 각국 대사관 직원들과 소말리아 시민들의 행렬을 담은 장면도 나온다.
‘워든’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 사용자는 “안 그래도 영화 <모가디슈>가 개봉하고 있는데, 아프간에서는 대사관 탈출이 영화가 아니라 실시간”이라고 적었다. ‘뉴욕퀸’이라는 트위터 사용자도 “지금 아프간이 꼭 <모가디슈> 영화 보는 거 같다”고 썼다. 안타까움을 표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Hh-hawwa’라는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 사용자는 “오늘 <모가디슈> 봤는데 영화 보면서 탈레반 아프간 생각나서 맘이 안 좋았다”고 했다. 아이디 ‘따옴 한라봉’을 쓰는 트위터 사용자는 “영화 <모가디슈> 보고 와서 그런지 지금 아프간 상황… 너무 안타깝고”라는 글을 올렸다.
<모가디슈>가 평단의 호평과 함께 25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면서 실제 사건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지고 있다. 남북 대사의 소말리아 동반 탈출 사실은 1991년 1월24일치 <중앙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김윤석이 연기한 소말리아 대사 한신성의 실제 모델인 강신성 전 대사는, 지난 8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영화와 실제 사건의 다른 점을 이야기했다. 영화에선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남한 대사관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강 전 대사가 먼저 위험에 처한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또 영화에서 안기부 요원 출신 참사관 강대진(조인성)이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전향 공작을 벌이는 장면과 관련해 “전향 요구는 전혀 없었으며, 3박4일 동안 이념 문제로 충돌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저녁밥을 먹는 장면 등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