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살인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의 주검과 함께 용의자 사체가 발견된다. 부검 결과, 용의자는 3개월 전에 이미 사망했던 것으로 밝혀진다. 주검이 살인을 벌였다는 결론에 이르자 경찰은 혼란에 빠진다.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기자 임진희(엄지원)는 새 책 홍보를 위해 출연한 라디오 방송 도중 익명의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는 자신이 최근 일어난 시체에 의한 살인사건의 진범이며 임진희가 생방송 인터뷰에 응하면 진실을 말하겠다고 밝힌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인터뷰에서 남성은 되살아난 시체인 ‘재차의’(在此矣)가 앞으로 3번의 살인을 벌일 것이라며 그 대상을 지목한 뒤 죽음을 맞는다.
첫 번째 살인이 예고된 날, 경찰은 특공대를 출동시켜 살인 대상자에 대한 경비를 강화한다. 그러나 같은 복장을 한 수십여명의 괴한이 나타나고, 경찰의 저지선은 맥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들은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수십m 아래로 추락해도 다시 일어나는 괴력난신, 이른바 재차의였다. 살해 대상자로 지목된 이는 경찰과 함께 도망가지만 재차의들의 공격에 결국 목숨을 잃고 만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재차의들이 하나같이 손과 발이 검은색을 띄고 있는 점, 발목이 유일한 약점이라는 점 등을 파악한 임진희는 이들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음을 직감한다. 이윽고 그는 주검들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고 방법사 백소진(정지소)과 함께 미스터리한 진실을 밝혀나간다. 그들 뒤로 부대를 이룬 재차의들이 나타난다.
28일 개봉한 영화 <방법: 재차의>는,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 ‘방법’(謗法)을 소재로 한 드라마 <방법>(티브이엔)의 극장판 버전이다. 한국 샤머니즘과 오컬트를 접목해 화제가 됐던 드라마처럼, 이번 영화에도 연상호 감독이 연출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두 주인공과 이를 연기한 배우 또한 그대로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영화에 등장하는 재차의는 실제 문헌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조선 중기 문신인 성현(成俔)이 지은 고서 <용재총화>를 보면, 손과 발이 검은색이고 움직임은 부자연스럽지만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할 줄 아는 요괴를 ‘여기 있다’는 뜻을 담아 재차의라고 불렀다. 전통설화 속 존재를 되살아난 시체, 이른바 ‘케이(K)-좀비’로 재탄생시킨 셈이다.
한국형 좀비 영화의 신기원을 연 <부산행>(2016)과 <반도>(2020)의 감독으로 유명한 연상호 ‘작가’는 “아시아의 요괴나 괴담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다”며 “주술사의 조종을 받아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라는 소재가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라고 했다. 영화를 연출한 김용완 감독은 “야담의 내용을 차용하면서 ‘방법’ 세계관에 대입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파워를 지닌 존재이자, 기괴한 동작으로 오로지 목표물을 향해 가차 없이 달려드는 ‘재차의’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괴물보다 인간의 탐욕이 더 무섭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연상호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문제의식의 연장이다.
영화 <방법: 재차의> 스틸컷. 씨제이이엔엠 제공
아쉬운 구석도 없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좀비와 달리 마치 조깅하듯 팔을 내저으며 무리지어 달리는 재차의는, <부산행>의 좀비만큼 공포스럽거나 그로테스크하지 않고 그저 로봇처럼 보인다. 방법사가 주술사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 또한 판타지 영화처럼 묘사돼 미스터리 요소를 반감시킨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