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였다. 집값이 꽤 올랐다면서 좋아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자신의 집값은 친구의 집값보다 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친구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의 집값이 오른 것은 또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그 남성의 목소리에서 기쁨이 스멀스멀 묻어나왔다. 솔직히 부러웠다. 집을 갖고 싶다는 욕망.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집에 대한 욕망이 존재한다. 다만 그 욕망은, 단순하게 내가 살 공간에 대한 열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내 집으로 새롭게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기대로도 이루어져 있다. 남의 집값이 오르면 내 집값도 같이 올라야 한다는 모두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으려면 한국 사회의 집값은 얼마나 더 올라야 할까.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2018)의 마민지 감독은 1980년대 소규모 건설업을 하던 부모님의 재테크 흥망성쇠를 통해 끝나지 않는 부동산 롤러코스터를 탄 한국 사회의 단면을 통렬하게 그려낸다. 잠실 개발의 붐을 타고 집장사에 성공한 부모님과 감독은 올림픽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 부동산으로 엄청난 부를 일궜지만, 정부 규제와 아이엠에프(IMF)라는 악재를 만난 부모님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감독의 어머니가 기록하던 홈비디오는 1997년에서 멈춰버린다. 버블로 행복했던 감독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시기를 잊지 못하며, 계속해서 부동산과 관련된 투자 정보로 희망을 놓지 못한다. 화려한 자개장만이 어머니의 자존심인 양 안방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딸이 받아 온 영화 제작비로 부동산 투자를 하자고 하는 아버지와, 딸의 등록금을 내주는 대신에 몰래 작은 땅을 사고, 나중에 더 큰 개발 이익을 얻게 되면 좋지 않냐고 말하는 어머니. 감독은 학자금 대출로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시간을 이해해주지 않으며 부동산에 집착하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어 원망스러워한다.
사실 경험치는 사람들이 가진 신념의 대부분을 좌우한다. 나 역시 나의 부모님을 담은 <모래>라는 작품을 찍을 때 느꼈던 점이다. 중동의 산업역군으로 국가의 성장과 함께 자아의 팽창도 함께 일궈온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부동산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토건국가로 성장한 한국 사회의 팽창은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그와 유사한 꿈을 갖게 하였다. 우리 가족도 재건축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담보 대출을 안고 하우스푸어로 살면서 재개발 호재를 기다렸다. 결국 그 재개발 꿈은 이뤄지지 않았고,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아버지가, 아니 나 자신이 더 이상 부동산에 기대를 하지 않기를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개인이 자신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내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이다.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공간을 통해 부를 축적하지 못하면 재테크에 무능한 사람으로 인지되곤 한다. 하지만 <버블 패밀리> 감독의 가족이 경험한 아이엠에프와 같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 국가의 책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패배자인 개인들만이 남는다.
시종일관 부모세대의 과와 실을 탓하는 느낌이었던 딸의 시선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바뀐다. 가세가 기운 뒤 생계부양자로서 일해온 어머니를 따라가는 딸의 시선은 어머니가 부당해고를 당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듯 보인다.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마음이 자기 자신의 욕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며 영화는 좀 더 확장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땅을 보면서 마민지 감독은 조금 안도하는 듯이 보이지만 늘 버블이 새로운 버블을 낳고, 가진 자가 승자가 되는 순간의 게임의 법칙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조적인 고백 앞에서, 약간은 암울해진다. 우리는 이 욕망을 인정한 이후,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꿈꿀 수 있을까. 질문의 시작이다.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