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찬다> 시즌1 포스터. 8월 시작하는 시즌2 녹화 도중 확진자가 나왔다. 제이티비시 제공
방송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이다. 최근 사흘사이 확진자가 7명이나 나오면서 여느 때보다 더 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방송인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한 공간에 밀집해 촬영하는 환경 탓에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전 배구 선수 김요한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그가 출연한 <뭉쳐야 찬다 시즌2>(제이티비시)와 <리더의 연애>(아이에이치큐) 출연자 중에도 잇따라 확진자가 나왔다. <뭉쳐야 찬다 시즌2> 지난 10일 녹화에 참여한 박태환, 윤동식, 모태범, 이형택이 확진됐고, <리더의 연애>(아이에이치큐) 출연자 중에는 모델 한혜진이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예인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는 있지만, 이삼일 사이에 연이어 나오면서 감염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뭉쳐야 찬다 시즌2> 출연자 박태환은 확진 판정 이전에 <뽕숭아학당>(티브이 조선) 녹화에 참여했다. 박태환이 확진되자 <뽕숭아학당> 출연자들도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장민호가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장민호의 소속사 뉴에라프로젝트는 17일 공식입장을 내어 “장민호와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이 있었던 직원, 현장 스태프도 모두 검사를 진행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 판정을 받은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희재는 자체 자가격리 중이다. 한혜진이 고정패널로 참여하는 <골 때리는 그녀들>(에스비에스)의 일부 출연자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녹화 중단, 결방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확진자가 여러 명 나온 <뭉쳐야 찬다 시즌2>는 예정된 녹화를 중단했다. 출연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일일드라마 <속아도 꿈결>(한국방송1)은 오는 23일까지 결방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종이의 집> 한국판 제작진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현재 촬영을 중단했다. <뭉쳐야 찬다 시즌2>에 출연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형택은 <한국방송>의 ‘2020 도쿄올림픽’ 해설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은 결정되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트레저 멤버 소정환이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가요계에서도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소속사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은 “소정환은 최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자가격리 상태에서 간이진단키트로 꾸준히 체크하던 중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어진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확진됐다”며 “추가 확진자는 없지만 트레저 멤버 및 스태프들은 자가격리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브 걸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오프라인 팬 미팅을 취소했다.
방송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정을 소화해왔다. 가요계는 콘서트가 취소되고 음반 발매를 연기하는 등 타격이 컸지만, ‘우리끼리 녹화’가 가능한 방송계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것이다. 제작진들이 짜낸 대비책도 위기 대응에 일정 정도 효과가 있었다. <코미디 빅리그>(티브이엔) <유희열의 스케치북>(한국방송2) 등은 방청객 없이 무관중으로 녹화해왔고, <유 퀴즈 온더 블록>(티브이엔)처럼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와 대화하는 프로그램들은 실내에서 초대 손님을 만나는 구성으로 바꿨다. 한 배우는 <한겨레>에 “드라마 대본 리딩도 큰 강당을 빌려 배우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서 했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피디도 “배우들과 화상으로 대본 리딩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내에서 이뤄지는 세트 촬영 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한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속출하자 시스템을 재정비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연장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예능 피디는 “촬영 때 모이는 스태프 숫자를 최소화해도 수십명이 될 수밖에 없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어서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방송계는 예능·시사 등의 경우 방송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하는 방식 등 다양한 변화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드라마 <라켓소년단>(에스비에스)의 경우 방송 편성을 주 2회에서 1회로 줄여 촬영에 여유를 두는 등 방송계는 자체적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당분간은 프로그램 녹화를 중단하고 재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다. 스태프, 출연진 등 수많은 이의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주·조연에 메인 진행자 등 주요 연예인들은 몇 달 쉰다고 해서 타격이 클 확률이 낮지만, 막내 작가 등 스태프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들과 출연 횟수가 적은 배우 등은 프로그램 중단이 곧바로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예능 피디는 “더 고민해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한 촬영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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