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달 매출 470만원에서 3년 뒤 한달 매출 5천만원을 돌파한 한 도시락 배달 업체의 이야기.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드는가.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마케팅 방법은 따로 있었을까 등등의 궁금증이 드는 것이 대부분으로,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에 대한 상상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월급이 좀 올라가지 않았을까 정도의 생각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길모퉁이 가게>(이숙경, 2018)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 길모퉁이에 있었던 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에 가지 않기로 한 10대들이 도시락 배달을 하는 요식업에서 일을 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대안학교를 표방하는 일터였다. 2011년 문을 연 이 가게의 이름은 ‘소풍가는 고양이’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의 간판이 달려 있는 가게가 위치한 길모퉁이를 감독은 5년여의 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깊이 있게 담아냈다.
다큐멘터리는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서 6명의 정규직 직원이 복작대며 밥을 짓고, 천천히 양배추를 써는 신들로 시작한다. 소소한 매출에서 시작해 직원들 월급을 계속 주고 싶다는 목표를 훌쩍 넘겨 달성한 이 가게의 드라마틱한 성장 속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감독은 변해가는 구성원들의 표정과 몸짓 속에서 돈을 번다는 것, 그리고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 사이에서 생겨나는 많은 질문들을 포착해낸다.
‘소풍가는 고양이’의 구성원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저항하거나, 적응하기 어려워했던 사람들이다. 대표이사 ‘씩씩이’는 그들에게 자립을 위한 ‘경제관념’과 소통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개인적인 상담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구성원들을 다독인다. 구성원들은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자립을 할 수 있는 ‘월급’을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이곳에서는 꽤 오랜 시간을 버틴다. 1년에서 4년 차까지 구성원들의 얼굴 표정은 급할 것이 없고, 가끔 나른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다른 인턴 구성원이 와서 그들을 가르칠 순간이 오면 진지하고 생생해진다. 상호 소통하면서 가게의 시스템을 다른 이에게 전수할 때 책임감 있게 그 일들을 해내고, 성장한다. 하지만 느긋하고도 안온한 가게의 모습으로는 실질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결국 대표이사는 적자를 감내하기보다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유지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길을 선택했다. 더 큰 공간으로 이사 가던 날의 풍경은 희망찬 느낌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등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던 ‘소풍가는 고양이’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한다. 기업 로고를 바꾸고, 전문 조리사를 고용하고, 일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구성원들에게 기업에 무슨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묻고, 스스로 자신들의 거취를 결정하게끔 한다. 학교의 모습을 띠고 있던 일터는 이제 점점 더 기업으로 변화한다. 그 속에서 구성원들은 굳어진 표정으로 말없이 도시락을 만들고 나른다. 생활임금의 130%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고 기쁨에 찬 표정이 되지만, 그것은 잠깐의 행복이다. 가열찬 노동의 시간은 모두를 다른 곳으로 위치시켰다.
씩씩이는 영화 말미에 고용주의 마음으로 이제 구성원들을 한 사람의 얼굴이 아닌 그 사람의 인건비와 일하는 속도로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다. 그래서 ‘소풍가는 고양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 이전의 학교와도 같은 분위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탄 듯 모두가 멈추지 않고 달려나가는 모습 속에서 카메라는 우리가 더 많이 벌기 위해 일을 하면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질문한다.
영화 속 구성원 모두의 성장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씩씩이와 느리지만 성실하게 일하려고 하는 구성원들의 표정은 일상을 살아가느라 안간힘을 쓰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다. 팬데믹 이전에 도달한 이 영화는 팬데믹 이후의 삶에 대한 질문을 담은, 조금 이르게 도착한 편지 같다.
강유가람 영화감독
▶ 강유가람 감독은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