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는 신입사원만 있는 게 아니다. <허쉬> <자체발광 오피스> 등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가 신입사원의 고군분투기에 집중했지만, 격변하는 생활 전선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중년 직장인들의 애환도 만만찮다. 윗사람에게 눌리고 후배에게 치이면서 하루에도 열두번 퇴사와 이직을 고민한다. 명예퇴직 바람이라도 불면 마음이 바늘방석이다. 23일 시작하는 <미치지 않고서야>(문화방송·수목 밤 9시)는 그런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시대 중년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제작진은 “퇴장이 임박한 중년들의 뜨거운 생존감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자회사 생활가전부 인사팀이 배경이다. 직장인들에게 어김없이 닥치는 핏빛 하루, 정기 인사발령 날부터 모든 일이 시작된다. 사내 최초 여성 임원을 꿈꾸는 당자영(문소리)이 인사팀 팀장으로 발령받는다. 하필 그날 그곳에 20년 넘게 개발자로만 일하던 최반석(정재영)이 감원 돌풍으로 인사팀에 튕겨 오면서 두 사람은 큰 변화를 맞는다. 갑자기 불어닥친 인원감축을 무사히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인사팀으로 발령이 난 최반석은 우리네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그의 얼굴에서 나와 다르지 않은 ‘너’를 맞닥뜨린다. 그는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을 8살 딸의 양육과 전세 대출금을 떠올리며 애써 다잡는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야 하는 당자영과 인사관리라고는 1도 모르는 최반석이 한 팀을 이뤄 어떤 일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미치지 않고서야>는 제작 초기부터 배우 문소리와 정재영의 만남으로 관심을 끌었다. 문소리는 2007년(<태왕사신기>)부터, 정재영은 2015년(<어셈블리>)부터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화제성은 약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과 이들의 장기인 삶의 냄새 묻어나는 연기가 빚어낼 시너지가 기대된다. 제작진은 “직장 내 미묘하면서도 필연적인 공생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동시에 가슴 뻐근한 애환을 보여주려 한다”며 “엄혹한 현실에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버티는 그들을 통해 공감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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