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
그웨나엘 다비드 글, 시몽 바이이 그림, 권지현 옮김/토토북·1만2000원
<설국열차> <2067> 등 에스에프(SF) 영화를 보면 미래의 지구는 처참하다. 기후 변화로 인간의 삶은 파괴되고, 살기 위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개척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펼쳐진다. 미래는 정말 절망적일까.
어쩌면 ‘2030년’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해보는 해가 될지 모른다. 전 세계 195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2015년)에 따라 그때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자고 약속했다. 동화 <제1차 세계 동물 정상 회의>는 시금석이 될 2030년 지구를 배경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열세 살 키드는 동물 언어를 분석한 기사로 전국 학생 기자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다. 그 덕에 역사상 최초인 ‘세계 동물 정상 회의’를 취재하게 된다.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은 회의에서 인류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쇠돌고래는 바다에 떠다니는 그물 때문에 고래들이 해수면 밖으로 나가지 못해 익사하고 있다고 말하고, 톱상어는 제발 지느러미를 자르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한다. 키드는 어른들의 잘못을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때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키드와 동물들은 지하 회의장에 갇힌다. 어느새 사라진 인간 대표를 빼고 키드와 동물들은 탈출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정전되고, 물이 쏟아지는 난관들을 동물들과 협력해 헤쳐나가다 보니 키드는 인간이 동물보다 더 똑똑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폭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잡아 호언한다. “인류의 새 대표는 바로 나야. 내가 장담하는데, 세상은 변할 거야.”
동화는 먼 미래가 된 시점에서 지난 과거가 된 2030년의 그날을 회상한다. 키드의 장담대로 미래의 지구는 2030년만큼 암울하진 않다. 현실의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갈까.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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