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그림과 함께 온전한 내가 될 때
이진숙 지음/돌베개·2만8000원
르네상스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예술가 101명의 미술 작품 속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더 갤러리 101’ 시리즈의 두 번째 편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이 나왔다. 이 책에는 산업화 이후 부르주아 문화의 속물성에 저항하며 라파엘 이전의 가식 없는 예술로 돌아가자고 주장한 ‘라파엘전파’에서 시작해 리얼리즘, 인상주의, 아르누보, 입체주의, 표현주의, 추상미술 등 각 사조를 대표하는 34명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이 담겼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근대 형성기를 살며 “자기 시대의 인간상을 집약해온” 예술가들의 작품엔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분의 속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규정하고 그 방식을 택해야 하는 ‘자유롭지만 고독한’ 개인이 된 이들이 겪은 고독과 불안은 현대인에게도 이어져오는 동일한 감정이기에 책은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며 다가온다.
무력감 짙은 권태를 그려낸 에드가 드가, 공연 관람을 하면서도 동시에 구경의 대상으로 여겨진 여성에 대한 시각을 담아낸 메리 커샛, 대상의 생김새뿐 아니라 촉감·향기·맛 등 감각한 것들을 회화로 구현하려 한 폴 세잔, 평범한 것에서 감동적인 비범함을 찾아내 “자신의 느낌을 강렬하게 표현”한 빈센트 반 고흐, 질투·고독·불안·우울 같은 개인적인 감정을 생생히 드러낸 에드바르 뭉크 등 각양각색의 매력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당대를 상상하며 다기한 심상을 곱씹게 된다.
예술의전당 등에서 대중 강연을 활발히 해온 지은이는 지면에 차린 전시를 유려하게 이끌며, 세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다음 권에까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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