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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주택 변천사 한눈에 보여주는 ‘작은 아카이브’

등록 2021-06-11 05:00수정 2021-06-11 10:29

한국주택 유전자 1: 20세기 한국인은 어떤 집을 짓고 살았을까?


한국주택 유전자 2: 아파트는 어떻게 절대 우세종이 되었을까?
박철수 지음/마티·각 권 3만3000원

한국의 주거문화, 특히 아파트를 깊이 연구해온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부)가 지난 100여년 동안 한국인의 주택이 어떻게 변천해왔는지 집성한 <한국주택 유전자>를 펴냈다. 일제 강점기 관사와 사택으로 처음 지어지기 시작한 근대식 주택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역사를 담은 것인데, 지은이는 다양한 주택 유형이 갈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도 어떤 유전자를 대를 이어가며 전승한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주택의 유전적 형질과 그 변화 과정을 살폈다”고 한다. 1150점의 도판 등 국가기록원, 국립미술관, 미국문서기록관리청 등 여러 아카이브를 샅샅이 살펴 모은 자료들을 각 600~700페이지의 두툼한 책 두 권에 담았다는 점에서 책 자체가 한국 주택에 대한 ‘작은 아카이브’라고 할 만하다.

지은이는 “‘보통사람들의 집’에 주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 양식이 변천해온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했던 다양한 주택 유형들이 어떤 정책과 경로를 통해 어떻게 보급되어 정착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백화점, 호텔 등이 일제강점기 때 근대 건축물로 조명받는데, 당시 경성에 살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거주 공간은 무엇이었고 어땠을까?

1920~30년대 일제는 부 단위 행정관청이 조성하는 임대주택으로 ‘부영주택’을 지었는데, 일본인을 위한 ‘주택’과 달리 조선인을 위해서는 ‘장옥’을 지었다. 전용공간의 차이가 4배나 나고, 장옥에는 현관, 객실, 거실, 수납공간, 목욕탕, 창고 등이 전혀 없었다. 일반 주택과 빈민 구휼을 위한 장옥의 차이는 식민지 시기 ‘이중도시화’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대규모 도시개발·주택공급사업으로 표준형 주택을 다량으로 공급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한국전쟁 직후인 60년대에 원조자금으로 공급된 국민주택, 희망주택, 부흥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서민아파트의 존재에도 주목했다.

70년대 초 서울 한강변에 조성된 ‘맨션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70년대 초 서울 한강변에 조성된 ‘맨션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대한주택공사가 신문에 게재한 맨션아파트 분양 광고. 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70년대를 연 ‘맨션아파트’는, 대규모 단지 공급이 중산층의 욕망과 결합하는 ‘유전적 형질 변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주택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공공기관이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 아파트를 짓고 이를 배분했다면, 맨션아파트는 수요자가 미리 대가를 지불하는 선납금을 동력으로 삼은 ‘선분양’ 방식으로 재원을 충당했다. 처음으로 모델하우스를 운영했고, 오늘날 ‘브랜드 아파트’로 이어지는 ‘단지화’ 전략을 썼다. “산뜻한 알루미늄 창 장식”, “침대 생활양식” 등으로 중산층의 욕망을 자극했다. 지은이는 “임시방편으로 숨을 돌리는 곳이었던 60년대 서민아파트가 ‘맨션아파트’와 결합해 구체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자리했다. (…)일종의 ‘사회적 인프라’였던 아파트가 오늘에 이르러서는 ‘빗장 공동체’로 변모”한 것이라 지적한다.

이밖에 한국인 최초 현대 건축가인 박길룡의 나진부영주택 설계 도면을 발굴하고, 조선총독부가 주택난 해소를 위해 청진과 대구에서 시도했던 도심형 아파트의 평면도를 처음으로 발굴해 공개하는 등 새로운 자료들을 많이 담고 있다. 1961년 집권한 5·16쿠데타 세력은 ‘마포아파트’ 건축을 “절대권력 집단의 이상을 실현하는 시험대”로 생각해 무리하게 추진했는데, 주한미국경제협조처(USOM)가 “모든 측면에서 미흡하다”며 대놓고 반대를 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원래 10층이었던 구상안이 5층으로 낮아진 결정적인 이유라고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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