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문학동네·1만6000원 이런 태도에 약하다. 꾸미지 않고, 그렇다고 덜어내려는 애씀도 없이, 단단하고 순수한 것만을 내면에 품고서 조용히 풍겨 나오는 태도. 아무것도 설득하려 하지 않는 이런 목소리에, 진정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런 사람, 그런 책을 만나면 비로소 기나긴 대화를 하고 싶어진다.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는 과학의 사고와 문학의 정신으로 쓰인 에세이다. 지은이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작가 앤 드루얀의 딸, 사샤 세이건. 그는 극문학을 전공한 작가다. 과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진 않았지만 “과학을 세계관, 철학,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처럼 주입”한 양친의 영향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신봉하는” 작가가 되었다. 과학은, 광막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가 티끌처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사랑은, 티끌처럼 작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하며 우주처럼 경이로운 존재라고 말한다. 두 진리 사이로 흘러가는 삶의 16가지 풍경이 책에 담겼다. 탄생, 속죄, 계절, 섹스, 축제, 죽음….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의식”(ritual)이다. “다른 식으로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이 방식을 거듭”하는 특별함. 지구의 자전으로 낮과 밤이 반복되는 것부터(‘해가 뜨고 진다’는 비과학적 표현이다), 아기가 처음 듣는 말이 기도여야 한다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믿음, 가족이 예고 없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출발할게!” 문자로 알려주는 덕에 들뜬 마음이 되는 습관까지. 자연, 종교, 일상을 거대한 의식, 축제로 즐기는 태도에 설득되고 만다. <가디언>이 선정한 ‘이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30권의 책’에도 꼽혔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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