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 개혁개방 이후 중국 비판사상의 계보를 그리다
임춘성 지음/그린비·2만3000원
주로 문화연구 방법으로 중국 연구를 지속해온 임춘성 목포대 교수는 새 책 <포스트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에서 ‘포스트사회주의’라는 열쇳말로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들을 소개한다. ‘포스트사회주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을 관찰하는 어떤 ‘시야’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앞선 ‘사회주의 30년’으로부터 이행 또는 전환을 겪고 있는 시기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체제의 성격에 대해서 다양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애초 제국주의와 봉건제를 비판한 중국 공산당과, 이를 비판하는 중국 지식인, 또 이들의 사유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지은이의 작업 등 여러 겹의 비판을 통해 현대 중국의 모습을 제대로 포착하려는 시도다. 리쩌허우, 첸리췬, 왕후이, 추이즈위안, 쑨거, 원톄쥔, 장이빙 등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중국의 역사발전 경로를 사유할 수 있는 풍부한 인식 틀을 제공한다.
특히 지은이는 80년대 중국 젊은 지식인들의 사상적 지도자였으나 이후 ‘신계몽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리쩌허우(91·사진)를 집중 조명하고 재평가했다. 마오쩌둥은 중국 혁명의 과제를 반제국주의와 반봉건주의의 이중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의 진행 과정은 ‘반봉건을 유보한 반제’ 혁명에 그쳤고, 리쩌허우는 ‘계몽과 구망의 이중 변주’라는 글을 통해 이 지점을 정확히 겨냥했다. 지은이는 리쩌허우가 역사 속에서 적전(積澱)된 ‘문화심리구조’에 주목하고 전통과 근현대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포괄해야 할 과제를 천착해, “포스트사회주의 중국 비판 사상의 시원”이 됐다고 본다. 단순히 말해, 점진적인 개혁·개량으로 반제에만 머물러온 혁명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이밖에 민간의 사회주의 사조와 운동을 탄압하고 구축한 ‘1957년 체제’와 덩샤오핑의 ‘6·4체제’를 동일한 성격으로 파악하는 첸리췬, 마오쩌둥 시대 ‘모더니티(서구 근현대성)에 반(反)하는 근현대화 이데올로기’와 덩샤오핑 시대 ‘모더니티적 근현대화 이데올로기’를 변별하는 왕후이, 중국의 자본주의는 농민과 농민공이라는 ‘내부 식민지’ 착취로 이뤄졌다고 지적하는 원톄쥔 등을 소개하고, 이들 사유의 약점과 결함도 지적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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