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M. 버만 지음/이상북스·1만8000원 “코로나19 백신 맞아도 되겠지?” 백신 접종을 앞두고 불안해 하시는 부모님께 “당연하죠”라고 답하지만 접종 날짜가 다가올수록 이상 반응을 전하는 뉴스에 귀 기울이게 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엔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지인의 ‘정치적 선언’까지 전해 듣게 되면, 도대체 백신을 둘러싼 막연한 불안감과 거부 반응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한다. 의과대학 교수이자 과학옹호가인 조나단 버만(조너선 버먼)은 새로 펴낸 <백신 거부자들>에서 백신 거부의 역사가 백신 개발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최초의 백신 거부자로 역사에 기록된 영국의 존 깁스는 1854년 펴낸 소책자에서 “천연두 백신의 의무 접종은 의료 거래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대중을 자신의 건강을 위한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어리석은 존재로 취급하고 있으며, 개별적인 실패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는 지금의 백신 거부자들의 논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현대의 백신 거부자들도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 정부의 신체 침습에 대한 거부감, 거대 제약 자본에 대한 음모론, 대안적 치료의 가능성 등의 동기들을 결합해 사람들을 사로잡으려 노력한다. 문제는 소셜미디어다. 과거의 백신 거부자들이 책을 내고 집회를 개최했다면, 현대의 백신 거부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안적 진실’을 전파한다. 백신을 둘러싼 경합하는 진실 가운데 과학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3세기에 걸친 공중보건의 노력은 천연두와 우역이라는 질환을 인류의 역사에서 퇴장시켰다. 소아마비를 퇴치한다는 목표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야생성 소아마비의 발생률은 소수점 두자릿수까지 감소했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은 최후의 승패를 가리는 대회전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백신 접종의 효과는 사회성을 띤다. 백신을 맞을 수 없을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와 어린이들에게 사회 공동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보호막이 바로 ‘집단 면역’이기 때문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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