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아닐지라도.
전민진 글, 김잔듸 사진/비타북스·1만4800원
“죄책감은 친환경적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적이다. 실패해도 또 도전하면 된다.” ‘모든 사회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를 정관에 명시해놓은 포장 없는 가게, ‘더 피커’의 송경호 대표 말이다.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의 지은이 역시 친환경적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위선을 떨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하고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하는 삶)는 완성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작아지고, “완벽하지 못함에 기가 눌려 자책”한다고 고백한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어쨌든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를, 플라스틱을, 욕망을 줄여가는 연습을 먼저 시작한 실천가들을 찾아나서, 그들의 목소리와 삶을 책으로 엮었다.
14명의 인터뷰 대상자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축제기획자였던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스 대표는 축제 뒤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 다회용 용기 대여와 수거, 세척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은 장례식 음식과 배달음식까지 확장됐다. 김용규·문수정 오션카인드 공동대표는 바닷속에 들어가 쓰레기를 주워 나온다. 우리가 해양 쓰레기라고 이야기하는 것 중 80%는 육지에서 만들어진다. 22평 첫 신혼집이 발 디딜 틈 없이 물건을 사들였던 최다혜 작가는 이제 “우리 모두 아끼고 부자가 되면서 지구를 살리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됐다. 5년차 비건인 양일수 해크리에이티브 매니저는 채식 초기에는 “100% 비건만이 유일한 기준”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80% 비건’을 목표로 잡고 있다. 지속가능한 실천을 위해서다. 이외에도 농부가 직접 판매자가 되는 농부시장 기획자, 탄소배출을 줄이는 요리를 개발하는 요리사, 지역운동의 공간이 되는 동네카페 운영자 등 사회 구석구석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는 이들이 소개된다.
각각의 인터뷰 뒤에 제로 웨이스트 ‘초보자’들을 위한 팁을 덧붙여 길잡이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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