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주권화폐: 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
제프 크로커 지음, 유승경 옮김/미래를소유한사람들·1만3900원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무분별한 가계 대출을 부추긴 은행의 탐욕과 규제 완화를 지목해 왔다. 하지만 <기본소득과 주권화폐>의 저자는 그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고, 규제·감독 강화가 위기 방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술 혁신으로 한 나라 경제의 총산출액(GDP)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추세적으로 감소한 점에 주목한다. 근로소득 비중이 줄어든 탓에 생산물을 충분히 소비할 만큼 유효수요가 창출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가계는 과도하게 빚을 내왔고, 수요를 뒷받침하려 재정지출을 확대하다 보니 국가부채도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경제위기의 진짜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으로 부족한 근로소득을 보충하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논리다. 이 책의 참신한 점은 기본소득 재원에 있다. 저자는 세금을 올리거나, 현행 복지 제도를 구조조정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에 반대한다. 기본소득으로 증가할 유효수요가 세금 인상이나 복지 축소로 상쇄될 수 있어서다.
대신 ‘주권화폐’를 제시한다. 주권화폐는 정부가 직접 찍어내는 화폐다. 국채를 발행하는 기존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주권화폐로 지출 재원을 마련하면 정부 빚을 줄이기 위한 긴축 정책도 필요 없다. 기본소득과 주권화폐의 결합을 통해 경제위기와 긴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저자는 주권화폐가 한 나라 경제의 잠재 산출 능력을 초과해 발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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