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 노동, 노동자, 노동권을 이해하는 첫걸음
김철식·김혜진·신순영·안명희·엄진령·윤지영·이미숙·장귀연·최은실 지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기획/오월의봄·1만9000원
주식이니, 암호화폐니, 부동산이니. 요즘처럼 노동의 가치란 말이 더욱 허탈하게 들리는 때가 있었을까. 투자를 노동의 ‘대안’으로 삼는 이가 많다. 해묵은 논쟁이지만, 투자로 번 돈이 불로소득이냐 아니냐는 이견도 맞선다. 주식 인구 1천만명 시대가 됐고, 부동산은 엄두도 못 내는 2030 세대가 주식에 이어 암호화폐에 열광하고 있다. ‘직접 노동하지 않음’, 불로(不勞)의 정신은 이미 깊숙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버렸다.
이런 현상은 벗어나고 싶을 만큼 처참한 노동 현실을 아프게 되비춘다. 동시에, 우리는 더욱 안다. 투자와 달리, 차익이 아니라 언제나 가치를 추구하는 노동이야말로 삶을 실제로 구성한다는 걸.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는 이런 ‘겹눈’을 제공하는 시의적절한 책이다. 노동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오늘날 역설적으로 더 강조되는 노동의 진면목을 담고 있어서다. 연구자, 활동가, 법률가 9명이 함께 썼다. 노동의 정의와 의미부터 현장에서 지켜져야 할 권리,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토대까지 3단계에 걸쳐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하고 딱딱할 법한 노동 지식이 ‘한입 크기’ 16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예컨대 이런 주제. ‘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게 당연한가?’ 한국 비정규직 비율은 36.3%(743만명)에 이른다. 나눠진 고용 형태 속에서 노동자들은 차별만 겪을까? 아니다. 궁극적으로 모두가 “단결할 힘을 잃는다.” 노동자 개인은 사용자를 상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어진 단결권이 불평등 탓에 위태로워진다고 책은 갈파한다.
석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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