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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간 거슬러 경성 시절 아파트 탐방

등록 2021-04-30 05:00수정 2021-04-30 15:06

경성의 아ㅽㅏ트

박철수·권이철·오오세 루미코·황세원 지음/도서출판집·2만7000원

아파트는 이 나라의 도시에서 익숙한 주거 공간이다. 도심에 세워진 고층 아파트들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으며 그 지역 집값이나 생활 인프라를 가늠하게 하는 존재감을 지니기도 한다. <경성의 아ㅽㅏ트>는 아파트가 한국 사회에서 도시민의 주요 거주 공간으로 처음 자리잡게 된 시기에 주목했다. 1930년대 경성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 아파트는 모두 70여 곳으로, 식민지 시기 일본을 통해 한반도에 세워진 아파트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면서 당대의 사회상을 조명한다. 책은 경성 어디에 얼마나 많은 아파트가 지어졌는지, 일본인들이나 조선인들은 아파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아파트에 살던 이들은 누구였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초점을 두고 다양한 사료를 참조해 들여다본다. 지금의 단지형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1930년대의 아파트를 그대로 아파트로 부를 수 없어 ‘경성의 아ㅽㅏ트’로 이름 붙였다고 지은이는 밝힌다.

경성 시절 아파트는 ‘통상적인 살림집으로서의 가족아파트’와는 거리가 있었고 호텔이나 하숙과 닮은 듯 다른 성격을 띠었는데, 공용화장실이 존재하는 등 지금으로선 낯선 형태의 아파트에는 대도시에 몰려든 학생이나 공장 노동자, 회사원 등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거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거론과 주거문화사를 연구하는 박철수, 도시와 마을, 집과 공간을 만들고 가꾸는 권이철, 건축과 도시설계의 접점공간을 연구하는 황세원이 함께한 공부 모임에 서울에 살면서 한국을 답사해온 오오세 루미코가 합류해 책을 빚어냈다. 당시의 아파트에 초점을 맞춰 신문기사와 잡지에 보도된 내용을 꼼꼼히 추리고,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주거 관련 기록, 박태원·김남천 등의 소설 속 공간 묘사를 곁들여 흥미를 높였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보관소의 경성 사진들과 박물관에 보관된 지도, 일본에 남겨진 기록 등이 풍성히 실렸는데,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추론이 몰입도를 높이며 “한때 누군가의 모든 세계였을 집”에 대한 기록을 의미있게 만나게 한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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